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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우리들의 문화재 이야기

代 잇는 한국의 ‘장 담그기’… 23번째 인류무형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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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위원회 등재 결정

가족 간 연대 촉진·정체성 반영

콩 발효 문화권서도 독창적 평가

2026년엔 ‘한지’ 등재 추진도

된장과 간장·고추장을 만드는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가족이 함께 만들고 세대 간에 비법을 전수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해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회의에서 장 담그기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지정된 장 담그기는 장을 만들고 관리·이용하는 과정의 지식과 신념, 기술을 아우른다.

세계일보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카몰 무카타로브로 부의장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선언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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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위원회는 “장은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며 “공동의 행위를 통해 공동체의 평화와 소속감을 조성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문화다양성 증진에 기여하는 등 인류무형유산 등재 요건을 충족한다”고 했다.

이번 등재 결정으로 한국은 총 23건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갖게 됐다. 한국은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을 시작으로 판소리(2003), 강릉 단오제(2005), 가장 최근에 등재된 ‘한국의 탈춤’(2022)까지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총 22건을 보유했다.

장은 오랫동안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왔다. 콩을 발효해 먹는 문화권 안에서도 한국의 장은 독특하다. 중국, 일본과는 제조법에서 차이가 있다. 메주를 띄운 뒤 된장과 간장이라는 두 가지 장을 만들고, 지난해에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방식은 한국만의 독창적 문화로 여겨진다.

한국장류기술연구회장인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한국의 장 문화를 ‘기다림의 미학’이라며 “역사와 시간이 응축된 문화적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장은 한국인의 역사와 함께했다. ‘삼국사기’에는 장과 관련한 기록이 전한다. 조선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를 두고 ‘장고마마’라 불리는 상궁이 직접 장을 담그고 관리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 담그기는 그동안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보편적 일상 음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치가 소홀히 여겨져 왔다”며 “우리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소중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8년 ‘장 담그기’를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듬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하고 2022년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6년에는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을 갖고 등재에 도전한다.

유네스코는 문화 다양성의 원천인 무형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국가적·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기 위해 인류무형문화유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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