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1889년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없는 ‘평등한 예술’‘모두를 위한 예술’을 주장했고, 모두가 참여하는 만인의 예술을 ‘좋은 예술’이라고 명명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보편적 예술을 지향하는 예술사상은 마침내 2000년 유네스코에서 모두를 위한 예술, 다시 말해 다양성을 중심으로 한 예술활동을 선언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영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모두를 위한 예술’ 실천을 위해 장애인예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개관된 장애인전용 극장 명칭이 ‘모두예술극장’이고, 곧 오픈되는 장애인전용 전시장 이름도 ‘모두미술공간’인 것을 보면 한국도 ‘모두를 위한 예술’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장애인예술 예산이 특정 예술단체에서 독식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했다. 그 특정 단체가 7개일 수밖에 없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은 사단법인 장애인문화예술단체가 20개 정도이고 그나마 열심히 활동을 하는 단체가 1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선 1900년대 초 시작된 장애인예술이 우리나라는 2009년 문화부에 장애인문화체육과가 신설되면서 공식화됐으니 출발 자체가 매우 늦었다. 그래도 2020년 세계 유일한 ‘장애예술인지원법’이 제정돼 장애예술인과 장애인예술단체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이렇게 법적 근거도 있고, 톨스토이 예술론에 따라 ‘모두를 위한 예술’을 지향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국정감사 내용이 마치 장애인예술에 문제가 많은 양 인식되게 하는 것은 지금 막 성장가도에 들어선 장애인예술을 위축시킬 것이다.
올 한 해 우리를 몹시 기쁘게 했던 소식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었다.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였다. 노벨 문학상은 한강이란 작가 개인의 수상을 넘어 국가와 국민의 자부심을 높여주었다. 아시아 최초의 여성 수상자라는 사실도 뿌듯함을 안겨줬다. 거대한 대륙을 가진 중국이나 일찍이 선진국 대열에 오른 일본도 해내지 못한 여성 작가의 승리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여기서 꼭 상기시키고 싶은 사실은 노벨 문학상 첫 여성 수상자는 장애문인이었다는 것이다. 스웨덴의 셀마 라게를뢰프(1858~1940)는 지체장애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가정교사에 의해 교육을 받았다. 밖에 나가서 뛰어놀지 못하는 손녀를 위해 그녀의 할머니는 향토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것으로 장애인예술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장애예술인은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고 아직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이다. 한국의 장애인예술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날을 위해 톨스토이의 예술론 ‘모두를 위한 예술’의 가치에 공감해주고 장애인예술 발전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방귀희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
방귀희 (사)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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