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여의도 일대 '윤석열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열려
당원·노조원부터 대학생·취준생 등 일반 시민 1만여명 참석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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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윤미 김예원 남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오후 해가 진 서울 광화문 일대와 여의도 국회에는 다시 촛불이 활활 타올랐다. 목도리, 장갑 등으로 무장한 시민들은 저마다 촛불을 켜고 추운 거리에 서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거친 분노를 표했다.
쌍둥이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 이미현 씨는 이날 오후 6시 46분쯤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자식이 군대에서 죽을까 두렵고, 군대에 간 아들들이 전쟁으로 죽을까 부모들은 두려워한다"며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따른 군인 복무 연장 소식을 개탄했다.
이 씨는 "열심히 일해 세금 꼬박 내면서 귀하게 키운 아들 둘을 군대에 보내면서 바랐던 건 단 한 가지"라면서 "제발 다치지 말고 갈 때 그 모습 그대로 집에 돌아오기만을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통령 윤석열은 고작 5년짜리 임기로 대한민국이 자기 것인 줄 알고 불법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꼬집으면서 "나라를 망하게 하고 있는데 엄마로서 이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거리에 나온 이유를 밝혔다.
국문학·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신재현 씨는 전날 뉴스를 보고 허망하고 참담한 마음이 들어 8년 전 고등학생 때 촛불을 들고 섰던 이 자리를 다시금 찾았다고 밝혔다. 신 씨는 "범죄 덮기에만 권력을 사용해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회초리를 들자, 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다"며 "어제는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유례없는 일을 벌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왜 국민이 반국가세력이란 누명을 써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제에서 조선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김형수 씨는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밤잠 설치게 한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채원 씨도 "국민을 적으로 생각하는 대통령은 국가수반의 자격이 없고 그가 곧 반국가 세력"이라며 "국민에게 받은 권력을 내려놓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화면세점부터 조선일보 사옥 앞까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소속 단체 조끼를 입은 조합원을 비롯해 촛불 행동에 참여하는 대다수는 중년층이었지만, 20명 중 1명꼴로 2030 청년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주최 측은 집회 참가자를 1만여 명(경찰 추산 2000명)으로 추산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ㆍ탄핵 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국회 경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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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후 5시쯤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선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주최 측인 민주당은 참가자들에게 촛불을 나눠줬다. 촛불을 대신해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추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본관 앞 계단부터 중앙 분수대까지 대략 600~700여명이 모여 "국민이 이긴다" "촛불이 이긴다"를 연호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 씨(59)는 오늘 아침에 계엄 소식을 듣고 속에서 천불이 났다면서 새벽에 일하고 끝나자마자 전철 타고 국회로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당원은 아니라서 집회에 참여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계엄 소식을 듣는 순간 군부독재 시절이 돌아왔나 싶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토로했다.
국회 밖에서 촛불을 들고 서 있는 20대 취업준비생 허 모 씨(23)도 "계엄령으로 골절상을 입은 시민들, 국회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군인들 그냥 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역사책에서 보았던 모습들이, 왜 지금 21세기에 자행되고 있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허 씨는 "폭력에 따른 억압은 다 옛날이야기라고 배웠는데 우리가 후퇴하고 있다는 충격이 컸다"며 "그런 의미에서 국회를 눈에 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수업을 마치고 국회를 방문한 조 모 씨(21) 역시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보고 너무 당혹스러웠다"며 "어제오늘 상황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오늘 집회 현장에 와봤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이라는 사유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다음날(5일) 본회의를 열어 보고하고 오는 6~7일에 표결할 예정이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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