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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수)

"나라 바로 잡겠다" 뭉친 시민들…朴 탄핵 후 8년만에 '촛불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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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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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규탄하며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4일 오후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촛불 집회가 열리는 건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8년 만이다.

전국민중행동, 민주노총 및 참여연대 등 수도권 사회 각계 단체들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를 열었다. 오후 7시 기준 모여든 인파는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2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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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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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면세점 앞에 모인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윤석열을 체포하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여연대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감행한 건 명백하고 중대한 헌정질서 파괴 범죄이고 내란죄”라며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하도록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집회엔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니라 대학생 및 직장인, 노년층 등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 시민들도 모여들었다. 이들 손에는 일반 촛불이나 촛불 모양의 LED 등, ‘내란죄 윤석열 퇴진!’ ‘권력을 국민에게’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경북 영천에서 온 퇴직 교사 이현규(63)씨는 “1979년 계엄 선포를 경험했는데 청년들의 젊음을 다 앗아간 기억이 선명하다”며 “다음 세대에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3시간 반 걸려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왔다는 신모(56)씨는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인데, 군(軍)을 동원해서 되돌리려고 하는가”라며 “대통령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모(22)씨는 “너무나도 큰일을 겪게 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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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전북자치도 전주시 전주객사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비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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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했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도 경찰 추산 2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오후 5시 국회 본관 앞에서 개최한 ‘촛불문화제’에선 국회의원 등 민주당 측 인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참여했다. 해가 떨어지면서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가까워질 정도로 날씨가 추워졌지만, 시민들은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를 둘러맨 채 촛불을 들었다.

전날부터 국회 앞에 있었다는 의정부 거주 박종민(31)씨는 “나의 부모‧자녀‧형제를 지키기 위해서, 국민이라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교생 김모(17) 군은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왔다”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께 국회로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온 황성희(69)씨는 “어른으로서 나라를 바로잡고 아들‧손자 세대에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물려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 온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미국 국적 세스 피주로(23)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이란 손팻말을 들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응원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쯤 시민들은 500m가량의 행렬로 국회 본관에서부터 의원회관, 정문 등 경내를 행진하면서 “윤석열을 탄핵하라”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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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촛불 집회가 열렸다. 군사정권 비상계엄 당시 5·18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광주에선 오후 7시부터 옛 전남도청(5‧18 민주화광장)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광주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대전 서구 은하수 네거리, 충남 천안종합터미널, 대구 한일 CGV 및 부산진구 서면 등에서도 각각 비상계엄 선포 규탄과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가 이날부터 매일 열릴 예정이다.



신혜연‧이영근‧이수민‧이찬규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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