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주' 급락, '정치 테마주' 반등
시장 안정화 조치에 환율 일단 진정
증권가 "연말 불확실성 반복 대비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증시가 하락한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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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해제 사태 이후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계엄 해제와 시장 안정화 조치로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향후 정치적 후폭풍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6.10포인트(1.44%) 하락한 2,46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2,442.46까지 밀렸으나, 이내 낙폭을 줄여 2,460대에서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4,078억 원어치를 팔아 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7거래일 만에 5,407억 원 순매수를 기록한 지 하루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순매도 규모 자체는 지난달 29일(7,492억 원)이나 28일(4,923억 원) 등 최근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코스닥도 외국인 매도세가 출회되며 1.98% 하락 마감했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0.93%), LG에너지솔루션(-2.02%)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파란불을 켰다. KB금융(-5.73%), 신한지주(-6.56%) 등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큰 금융주의 낙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동해 유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주로 분류되는 한국가스공사(-18.75%), 포스코인터내셔널(-12.62%)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야당의 예산 삭감에 비상계엄 여파가 겹치면서 사업 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 등 주요국의 한국 여행 경보 발령으로 대한항공(-3.51%), 참좋은여행(-4.17%) 등 여행·항공주도 타격을 받았다.
이에 반해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로 윤 대통령의 거취가 불안정해지자 주요 정치인 테마주로 엮인 종목들은 급등세를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테마주로 묶이는 대상홀딩스, 덕성우, 태양금속우 등이 상한가로 뛰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동신건설, 오리엔트정공, 에이텍 등도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외 현 정부와 마찰을 빚어온 카카오그룹 주가도 줄줄이 올랐다.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새벽시간 야간 거래에서 장중 1,442원까지 치솟았던 달러당 원화값은 계엄 해제 후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8.1원으로 주간 거래를 시작해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7.2원 오른 1,410.1원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등 여러 차례 시장 안정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 충격을 완화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이미 역사적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점도 추가 하락을 제한하는 요인이 됐다.
우려했던 수준의 증시 폭락, 환율 급등이 현실화하지는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향후 금융시장이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연말 탄핵 정국 진입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국정 불안 요인이 잔존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경제 불확실성은 중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불리한 영향을 준다”며 “원화 약세도 가파르게 진행돼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는 “외환·채권·주식의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며 “연말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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