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 ‘尹 탄핵소추안’ 발의
노무현·박근혜 이어 헌정사 3번째
野 의원 190명 전원·김종민 동참
계엄 요건 미충족 등 사유 꼽아
韓대표, 탄핵 질의에 “답변 안해”
가결돼도 헌재 ‘6인 체제’ 변수
민주, 마은혁·정계선 재판관 추천
대통령 권한대행 통해 임명 추진
야(野) 6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 등은 비상계엄 사태 발생 16시간 만인 4일 오후 2시 43분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헌법·계엄법 위반과 내란죄를 사유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여당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이 참여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혼돈에 빠진 與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앞줄 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 왼쪽)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비상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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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탄핵 사유로는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계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해 △국민주권주의 △권력 분립 원칙 △군인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 △국회의원의 표결권 등 헌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비상계엄 발령 자체에 대해서도 △발령 요건 불비(不備) △국무회의 심의 고의 누락 △국회의 계엄 해제에 지체없이 응할 의무 위반 등 계엄법 위반 사항도 포함됐다. 내란죄 관련해선 “본인과 가족의 불법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진상조사 및 특검 수사가 임박하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위헌·위법의 계엄령을 발령했다”며 “헌법기관의 작동 불능을 시도했는바, 이는 국헌(國憲) 문란의 헌정질서 파괴 범죄”라고 지적했다.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이르면 6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예고되고 있다. 탄핵소추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은 탄핵안 표결 시점은 유동적이라는 입장이다.
야6당이 4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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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새벽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가결을 위해 연 본회의가 현재 정회 중인 상태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소속 의원들 대상으로 비상대기를 요청했다. 박성준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공지를 통해 “우리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고 향후 정국을 이끌어야 한다”며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대기해야 한다”고 알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비상계엄을 선포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며 “너무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 등 민주당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 탄핵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윤 대통령에 대한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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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표결 때까지 관련 상임위 등을 진행하며 이번 정국을 끌어나갈 예정이다. 이날 오후에는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윤 대통령 사퇴 촉구 범국민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5일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행정안전부 대상으로 한 비상계엄 관련 긴급현안 질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야당 국방위원들은 5일 국방위원회 개회 요구서도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날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와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 등 민주당 몫 헌법재판관 2명 추천도 마무리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현재 재판관이 6명뿐인 소위 ‘6인 체제’ 문제가 있는데 이것도 해결하겠단 취지다. 헌법재판소법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각 3인씩 선임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헌법 재판관 정원 9명 중 7인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는데, 윤 대통령 탄핵안 심리·결정 가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 야당은 탄핵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후 공석인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달 넷째 주에 청문회를 진행하고 30일 본회의 처리 등 연내 처리하는 것으로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인, 찬성 190인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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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추진하는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국민의힘에서도 찬성표가 8표 이상 나와야 한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재적의원 300명 중 무소속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종민 의원을 포함하면 야당 의원은 총 192명이어서 여당 108명 중 최소 8명이 동참해야 한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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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내내 국민의힘에 윤 대통령 탄핵 동참을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탈당하면 해결될 문제냐. 한밤중 해프닝으로 치부할 사안이냐”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의총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 한 대표와 탄핵안 관련 소통하고 있냐는 질문에 “아까 본회의장에서 얘기는 조금 했다. (소통) 해야지”고 답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표결에서 부결되면 야당은 그간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 수순을 밟았던 특검법처럼 재발의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김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와 관련해 “(탄핵안) 부결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혹시나 부결된다면 당연히 다시 발의할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승환·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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