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이 해제된 4일 부산 동구 부산역 대합실에서 외국인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한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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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살이 8년차 베트남 국적 외국인 응웬씨(26)에게 지난 밤은 길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에 그는 밤 11시부터 유튜브로 국회 생중계 영상을 시청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한국어 소통은 무리가 없지만 뉴스 속 '비상계엄' '국회 전면 통제' '계엄군 국회 경내 진입'은 그에게 어려운 말이었다. 인터넷 사전을 더듬거리며 단어의 뜻을 찾고 울음이 터졌다.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헬기를 탄 무장 계엄군이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유리창을 깨가며 국회 본청에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4일 오전 1시쯤 참석자 만장일치로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괜찮다며 안부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6시간만에 해제한 가운데 국내에 거주하거나 관광 목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응웬씨처럼 밤사이 해외에 있는 가족들과 급하게 연락하거나 자국 언어로 나오는 외신 뉴스를 보며 상황을 파악하다가 새벽 무렵 비상계엄 해제 소식에 놀란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홍콩 국적 외국인 렁씨(29)는 "가족과 지인들한테 아침부터 'North(북한)인 줄 알았는데 South(남한)였다'며 괜찮냐고 안부를 묻는 연락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어제는 전쟁이 날까 무서웠고 지금은 환율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4일 낮 12시쯤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일대. 10명 중 4명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였다.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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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출근하는 모습 보고 마음 놓여"…성수동 외국인 관광객 여전히 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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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낮 12시쯤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일대. 10명 중 4명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였다.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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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니라는 듯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근해 일상을 보내는 한국인들을 보며 외국인 관광객도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4일 낮 12시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유명 맛집에는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약 30분 동안 본지 기자에게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 관광객만 3팀이었다. 길을 걷는 사람 10명 중 4명 정도가 외국인이었다.
이날 서울 성수동에서 만난 홍콩 국적 관광객 리디씨(60)는 "어젯밤 숙소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한국어만 나왔기 때문에 뉴스를 알아듣지 못했고 무슨 일인지도 알지 못했다"며 "홍콩에 있는 가족들이 연락을 줘서 상황을 알게 됐고 매우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오늘 아침에 나와 보니 정작 한국인들은 평화로운 모습이라 즐겁게 관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싱가포르에서 한국에 온 아델리나씨(30)는 "지금 이곳에서 보듯이 길거리에 한국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일상을 즐기고 있어서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한국에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신고했기 때문에 긴급 상황이 벌어지면 대사관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라고 했다.
초유의 상황에도 여전히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니 안전하다'고 말하는 관광객도 있었다. 독일 국적 마이클리씨(50)는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고 유명해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며 "어떤 배경에서 일어난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한국은 민주주의가 잘 자리 잡은 나라라고 알고 있어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관광객 대부분이 틱톡과 X 등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국적 다니엘씨(29)는 "틱톡과 X를 통해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접했고 당장 새벽에는 정말 놀랐다"며 "말레이시아에 있는 가족들도 뉴스를 보며 SNS로 즉각 상황을 공유해줬다"고 했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안부 연락을 받았다며 국가적 망신이라는 한국인들 의견도 잇따랐다. 해외 파트너사와 자주 협업하는 김모씨(27)는 "계엄 소식에 자카르타 현지 파트너사가 거의 즉시 '행사 제대로 진행될 수 있냐' '너희 나라 괜찮은 것 맞냐'고 연락해왔다"며 "해외 업체랑 협업을 많이 하는데 이런 나라 망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4일 낮 12시쯤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일대. 10명 중 4명 정도가 외국인 관광객으로 보였다.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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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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