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닥치자 '디지털 망명' 준비…통신검열 우려에 VPN 관심↑

VPN, 아이폰 앱마켓서 순위 상승

4일 새벽 1시30분 한국 지역 애플 iOS 앱스토어 무료 유틸리티 앱 인기차트에서 VPN(가상사설망) 앱 '닌자VPN(Ninja VPN·붉은 상자)'이 3위로 집계되고 있다. 전날(3일) 밤 11시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이날 새벽 4시30분 국무회의에서 해제가 의결됐다./사진=애플 iOS 앱스토어 화면 갈무리

비상계엄이 6시간여 만에 해제된 가운데,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계엄 선포 당시 VPN(가상사설망) 앱을 대거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검열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반응이다.

4일 오전 1시30분쯤 한국 지역 애플 iOS 앱스토어 무료 유틸리티 앱 인기차트에선 '닌자VPN'의 순위가 3위까지 상승했다. 일시적으로 '구글(당시 5위)'을 제친 성적이다. 당시 '노드VPN'은 22위를 기록했고, 이른바 '페이크 VPN(유사 VPN)' 방식인 '유니콘 HTTPS'도 12위에 올랐다.

VPN 앱의 반짝 인기는 전날 밤 11시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 '계엄 측이 정보공유를 막기 위해 국내외 웹사이트를 차단할 것', '걱정되는 마음에 VPN 앱을 내려받았다'는 취지의 글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접속량 폭증으로 발생한 네이버·카카오 접속장애도 불안감을 더했다.

계엄사령부의 1호 포고령은 "가짜뉴스·여론조작·허위선동을 금한다",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위반자는 계엄법 9조(특별조치권)에 의해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14조(벌칙)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겨 계엄사가 인터넷에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VPN은 PC·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단말이 일단 'VPN 서버'에 접속하면, 그 서버가 인터넷이나 기업·기관 내부망으로의 통신을 중계하는 연결방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용자 단말이 원하는 통신을 VPN 서버가 대리하는 셈이다.

통상적인 웹사이트 접속은 사용자 단말이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를 거쳐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사용자-ISP-웹사이트' 구조다. ISP는 차단할 웹사이트 목록을 갖춰두고 접속을 시도하는 사용자를 차단할 수 있는데, VPN은 이를 방해해서 결과적으로 접속을 가능케 하는 효과를 낸다.

VPN을 이용하면 접속구조가 '사용자-ISP-VPN 서버-웹사이트'로 바뀌고, VPN 서버는 웹사이트와 통신한 내용을 암호화한 채로 사용자에게 전송하기 때문이다. ISP 입장에선 사용자가 어느 웹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알기 어려워져 접속차단 또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특히 VPN 서버가 해외에 위치할 경우 사용자는 국내 ISP의 접속차단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된다.

다만 IT업계 관계자들은 국가가 인터넷 이용을 전면적으로 제한·감시하는 상황이라면 VPN이 사용자에게 무조건적인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VPN으로 어느 웹사이트에 접속하는지는 ISP가 알기 어렵지만, 사용자가 특정 VPN에 접속 중인 사실은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VPN 이용을 제한하는 국가는 중국·러시아·북한·이라크·투르크메니스탄 등이 있다. 노드VPN은 "억압적인 정권에선 VPN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막대한 벌금이 부과되거나 심지어 투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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