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선포된 마지막 비상 계엄은 45년 전이었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됐던 시점이다. 당시 비상계엄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이후 1981년 1월24일까지 1년 넘게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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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2시간30여분만에 국회 해제 요구안 가결로 무효화되고 약 6시간만에 공식 해제됐다.
#오후 10시23분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국가 예산 처리도 국가 본질 기능과 마약 범죄 단속, 민생 치안 유지를 위한 모든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본질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마약 천국, 민생치안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오후 10시40분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당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로 긴급히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헌법 제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점해 단독으로 계엄 해제가 가능하다.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군인이 탑승한 차량이 국회로 들어가려 하자 시민들이 막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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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0시57분
비상계엄 선포 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폐쇄됐다. 국회에는 국회 경비대와 영등포경찰서 직원들이 담장을 따라 배치됐고 국회의원과 국회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출입 기자만 신원을 확인한 뒤 1, 2번 게이트로 출입할 수 있었다.
비상계엄 직후에는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면서 국회 앞에서는 국회에 진입하려는 의원·보좌진과 계엄군 간의 대치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국회 정문과 측문을 막자 일부 의원들은 담을 넘어 본청에 진입했다. 일부 시민과 유튜버 등도 몰려들어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긴급 소집돼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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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국민의힘도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한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또한 추 원내대표가 국회가 아닌 ‘당사’로 당 지도부를 소집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상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의원들이 국회로 향해야 하는 상황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이다.
#오후 11시28분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통해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발표했다. 1968년생인 박 사령관은 육사 46기 출신으로, 지난해 하반기 군 장성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됐다. 계엄법상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내부로 계엄군이 진입하자 보좌진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막아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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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40분
전신을 무장하고 소총을 두른 계엄군이 국회에 무력으로 진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군으로 추정되는 헬기 3대가 상공을 지나 국회로 진입했고, 곧이어 총기를 든 군인들이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했다. 계엄군은 국회 본청 진입 과정에서 책상과 의자 등으로 본청 정문을 봉쇄하고 진입을 막으려는 국회 보좌진 등과 실랑이를 벌였다.
#오전 0시39분
계엄군 일부는 진입로가 막히자 국민의힘 대표실 등으로 우회해 유리창을 깨고 국회 진입에 성공했다. 국회 보좌진 등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수화기를 분사하며 본회의장에 진입하려는 군인들을 막았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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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0시47분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선포 대응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까지 진입하자 “빨리 상정해 표결하라”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우 의장은 “저도 마음이 급하다”면서도 “국회가 정한 절차에 오류가 없도록 진행해야 한다”며 10여분간 안건 상정을 기다렸다.
#오전 1시2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들어갈 때쯤 국회에는 의결정족수를 넘은 190명의 여야 의원들이 모였다. 재석 190명에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됐다. 우 의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조금 전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공식 선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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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4시30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가 요구한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였다.”며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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