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수습 최고위, 구성원 3분의 1이 안 나타나
한동훈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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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의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이후 45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는 계엄 해제를 위한 국회 본회의 참석 여부조차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친윤석열(친윤)계 따로 친한동훈(친한)계 따로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사태 수습을 위해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구성원 9명 중 3명이 불참했다.
이날 새벽 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을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 국민의힘 의원은 친한계 및 중립 성향 의원 18명뿐이었다. 계엄령 해제에 찬성한 190명 가운데 172명이 야권이었다. "종북 반국가세력 일거에 척결"이란 황당한 계엄령 선포를 무력화할 때 여당의 역할이 사실상 없었단 뜻이다.
대신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90명은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등에 흩어져 있었다. 추경호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소집 장소로 당사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 진입이 어려워서 당사로 모이라고 했다"고 설명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의원 172명이 국회 담장을 넘어서라도 본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당사에 모인 6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멍하니 TV만 보고 있었다고 한다. 여권 내부에서도 "계엄에 동조하기 위해 의원들을 밖으로 끌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동훈 대표 또한 리더십 부재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위헌적이고 위법한 계엄 선포를 반드시 막겠다"고 수차례 언급했을 뿐, 친한계 일부 의원을 제외한 다른 의원들의 본회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태 수습을 위한 이날 최고위에 친윤 최고위원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연락이 두절됐고 김민전 최고위원은 건강상 이유를 들었다. 친한계인 진종오 최고위원은 해외 출장 중이다.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최고위 구성원 3분의 1이 없었다. 일각에선 "중요한 결정을 피하기 위해 최고위를 피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당이 위기에 빠졌는데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이 없는 상황"이라며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이냐"고 쏘아붙였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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