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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놀란 가슴 겨우 진정"…계엄 해제, 일상으로 돌아간 시민들 [대전역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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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한숨도 못 자고 겨우 나왔어요. 두 달 전에 (서울) 대학병원에 예약했는데 취소될까 얼마나 걱정했는지…” 4일 오전 8시 대전역에서 만난 구모(47)씨는 KTX 열차가 연착하거나 취소될 것을 우려해 출발시각보다 1시간이나 일찍 나왔다고 한다. 전날인 3일 밤 갑작스러운 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가족과 TV를 지켜봤다는 그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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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8시 대전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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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 이뤄진 ‘계엄 선포·해제 사태’를 겪은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했다. 전국 주요 역과 지하철역에는 평소처럼 출근하는 시민들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대합실에서 TV와 휴대전화로 계엄 관련 뉴스를 지켜봤다. 철도노조가 5일부터 파업을 예고했지만, 대부분의 열차는 지연 없이 정상적으로 도착·출발했다.



시민들 "일상으로 복귀하는 국민들 대단"



대전역에서 서울행 KTX를 기다리던 김유경(54)씨는 “서울로 출장을 간다. 밤새 어떻게 될까 봐 뉴스를 지켜보다가 밥도 못 먹고 부랴부랴 나왔다”며 “밤새 한바탕 난리가 났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복귀하는 걸 보니 시민의식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첫 KTX를 타고 대전에 도착한 승객은 “새벽에 집을 나오면서 계엄이 해제됐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휴대전화로 계속 뉴스를 봤다”며 “지금 우리가 2024년을 사는 건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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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8시 대전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승객들이 TV를 통해 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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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출장을 간다는 30대 직장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같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더는 안 될 것 같다”며 “추운 겨울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했다.



공직자들도 정상 출근…청사 폐쇄 해제



앞서 오전 7시30분쯤 관공서와 사무실이 몰려 있는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시청역에서도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출근길을 재촉했다. 특히 자정쯤 실국장급 간부 공무원을 긴급 소집했던 대전시도 평상시처럼 직원들이 출근하며 일상을 되찾았다. 밤사이 대전시청을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 청사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일시적으로 폐쇄된 뒤 계엄이 해제되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대전시 한 공무원은 “뉴스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두 눈을 의심하고 TV 채널을 여기저기로 돌려가며 다시 확인했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계엄을 직접 겪어보니 정말 무섭고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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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8시 대전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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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이동하던 대전도시철도 1호선(판암행) 안에서는 대부분의 시민이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뉴스 속보를 검색했다. 하지만 밤새 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가 있었을지 모를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시민들 "TV·영화에서만 보던 계엄, 믿기지 않아"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계엄을 직접 경험하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지금 군에 있는 후임병들이 어떨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장우 대전시장은 4일 오전 성명을 내고 “시민 여러분께서는 걱정을 내려놓으시고 일상으로 돌아가 정상적으로 생업에 종사해주길 바란다”며 “모든 공직자는 시민 불편이 없도록 흔들림 없이 업무에 전념해달라”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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