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은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요구를 수용해 6시간 만에 해제한 상황을 주요 뉴스로 긴급 타전했다. 특히 계엄령의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을 주목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한국 민주주의 후퇴'로 지적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외교·안보 정책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긴급 타전하고 있다. |
AP통신은 이날 "윤 대통령은 군대가 국회를 포위하고 의원들이 군 통치에 반대하는 투표가 진행된 긴장된 정치 드라마의 밤 동안 선포했던 계엄령을 해제했다"며 "그의 놀라운 행보는 1980년대 이후 보지 못했던 권위주의 지도자 시대로의 복귀를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계엄령 선포 배경에 대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는 윤 대통령이 "야당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은 정부 관료들에 대한 전례 없는 탄핵 시도와 내년 예산 삭감에 대해 야당을 비난했다"며 "윤 대통령은 2022년 집권 이후 낮은 지지율로 고전해 왔고, 그의 아내와 집권 여당 국민의힘 고위 당국자들과 관련한 정치적 반발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선언은 많은 한국인을 분노케 했고 198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주의 전환 전 군사 통치 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냈다"면서 "이번 명령은 겨우 6시간 지속됐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민주주의로 알려진 한국에서 광범위한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언론은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이란 측면에서 향후 워싱턴의 외교·안보 정책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NYT는 "약 3만명의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은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와 민주주의 국가가 경쟁하는 지역에서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이라며 "윤 대통령의 움직임은 바이든 행정부를 놀라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민주주의 대(對) 독재를 외교의 틀로 사용해 온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중국·러시아에 대응할 방어벽으로 한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해 왔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위기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생각이 같고 가장 강력한 동맹 중 하나인 한국이 모범적이지 못한 민주주의 원칙을 드러냈다"며 "중국이 이 사실을 놓고 서방보다 자국 시스템의 이점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신은 "워싱턴이 확고하고 믿을 만한 미국의 동맹인 서울에 계속 의지할 수 있는가"라며 "윤 대통령의 민주주의 전복과 파괴는 워싱턴에 어려운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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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야에서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불확실하며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워싱턴 D.C.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이날 긴급 보고서를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소식을 전하며 "4일(한국시간)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미국 대표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한국석좌 등이 참여했다.
CSIS는 "국회는 계엄령 선포를 뒤집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고 지지율이 10%대인 대통령에 대한 거리 시위가 확산할 수 있다"며 "이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북한이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틈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CSIS는 "북한 성명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은 윤 정권에 대한 선전 목적으로 이번 혼란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CSIS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사태를 언급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것이며 모든 정치적 갈등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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