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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21세기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의 '비상계엄', 무엇을 남겼나 [박순규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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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 주요 기업의 주가가 폭락세를 보였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들이 이동하는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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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순규 기자] 창 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하늘이 시리고 어둡다.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약 6시간 뒤인 4일 새벽 이를 해제한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충격과 공포로 얼룩진 이례적인 일로 기록될 것이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서울의 봄' 시즌2가 개봉된 것처럼 장갑차가 서울 시내에 등장하고 헬기가 국회 상공에 나타나는 영화 같은 장면이 실제로 벌어졌다. 이는 1979년 12월 계엄 이후 45년 만의 일이자, 21세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실을 냉정히 되돌아보게 하는 사건이다. 시민들은 한밤중 느닷없는 비상계엄 소식에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으며, 이러한 상황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됐다.

이번 사태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계엄 선포와 해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율은 순식간에 달러당 1400원을 돌파하며 급등락을 반복했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 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순식간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클릭 한 번으로 연결되는 글로벌 경제에 얼마나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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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를 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국회에 군 헬리콥터가 착륙하고 있다./국회=박헌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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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는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국가에서 벌어진 초유의 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정치적 후진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한때 '민주화의 모범'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의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

이번 계엄 사태는 단순히 특정 정치인의 결정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한국 정치의 구조적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국회는 계엄 해제 의결을 통해 상황을 종료했지만, 계엄에 이르게 된 과정을 돌아보면 정치권이 그동안 민심과 괴리된 채 권력투쟁에 몰두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민생은 뒷전이고, 오직 정쟁만이 반복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정치는 현실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고, 공동체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은 이번 계엄 사태에서조차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정쟁의 연장선상에서 문제를 다루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백성은 물과 같아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동양의 격언처럼,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치는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계엄 선포와 해제의 과정에서 느꼈던 시민들의 두려움을 잊지 말고, 이를 치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 민생과 국가 안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만 한다.

계엄 해제로 당장의 위기는 지나갔지만, 정치적 불안정성이 남긴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의 후속 조치에서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야 간의 초당적 협력과 국민 불안을 해소할 실질적인 정책 제안이 절실하다.

이번 사건이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반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민의 힘을 두려워하고, 그 신뢰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정치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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