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여야 당혹감
韓 "대통령 직접 소상히 설명해야"
野 "즉각 퇴진 않으면 탄핵절차 돌입"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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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에 해제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진마저 알지 못했던 윤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여야를 막론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야당을 사실상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비상계엄 선포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든 윤 대통령은 되레 탄핵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4일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뒷수습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물밑에서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향후 대응 등을 위한 해법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들은 출입 기자들의 전화에도 대응하지 않고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마주친 한 참모진은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다”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인 승부수를 띄운 것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단적인 행위가 행정부 무력화는 물론 국민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문에서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이라면서 “판사를 겁박하고 다수의 검사를 탄핵하는 등 사법 업무를 마비시키고,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감사원장 탄핵, 국방부 장관 탄핵 시도 등으로 행정부마저 마비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尹 “잇단 탄핵에 행정부 마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27분께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잇단 탄핵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가 4일 본회의를 열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검사 등 검사들의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다는 점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간 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등 잇단 탄핵 시도로 피로감과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도 사태를 더욱 촉발시킨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일 민주당을 향해 “입법 폭주에 이은 예산 폭주이자, 민생을 외면한 다수의 횡포로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선 바 있다.
전날 최 감사원장은 탄핵소추 의결 시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조은석 감사위원이 내년 1월17일 퇴임함에 따라 후임에 백재명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를 3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최 감사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백 검사를 임명 제청해 내년 1월18일자로 임명을 재가받았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표결 처리할 예정인데 국회 표결을 하루 앞두고 감사위원 임명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에는 조 위원이 원장 권한 대행으로 퇴임하면서 후임 임명을 제청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만큼 감사원장 탄핵 여진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4시30분 긴급 담화를 통해 어젯밤 선포된 비상계엄을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해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윤대통령 긴급 담화가 서울역 대합실 TV에 나오고 있다. 조용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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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4시30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회가 요구한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설명했다.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국무위원들이 성원이 될 때까지 대기하느라 실제 의결까지는 시차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긴박했던 6시간, 국민적 의혹 해소는 숙제
비상계엄 선포에서 해제까지 6시간이 긴박하게 흘렀지만 국민적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정부가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만한 상황인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은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은 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하고,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자진해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연 뒤 결의문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윤 대통령이 즉각 퇴진하지 않으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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