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걸어 닫고 '깜짝 계엄'…귀 닫은 대통령실

[the300]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 요구 수용해 비상 계엄을 해제할 것을 밝히는 추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모습이 KBS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사진=KBS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는 대부분의 대통령실 참모, 직원들도 예견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날 밤 9시20분쯤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사이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무언가 급하게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들이 급히 대통령실 참모, 직원들에게 경위를 물었으나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대변인실 등 홍보 담당 직원들 역시 "전혀 모르는 일" "들은 바가 없다" 등의 설명만 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 선포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참모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 등 탄핵소추, 예산 감액안 강행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이 역시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이 때쯤 일부 방송사들에는 생중계 연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통령실 기자실로 기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내용을 알 수는 없었으나 윤 대통령이 심야시간대 직접 무언가를 발표한다면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기자들은 대통령실의 그 누구도 속시원한 대답을 해주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는 사전 공지나 안내 없이 밤 10시23분쯤 시작됐다.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 앞에 수십명의 기자들이 모여있었지만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브리핑룸 앞에서 휴대폰, 노트북으로 중계 영상을 지켜봐야 했다.

윤 대통령은 약 6분 분량의 담화문을 읽었다. 브리핑룸 출입은 계속 제한돼 있었고 윤 대통령을 직접 목격한 기자는 없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통령실 인근 경비가 강화됐다. 자정쯤부터는 기자들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입이 제한됐다. 청사 밖으로 나갈 수는 있었지만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는 없었다.

청사 출입을 통제하는 직원들은 출입을 통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일도 있었다. 이 때 대통령실과 국방부 경내 출입 역시 제한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4일 새벽 1시쯤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처리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도 18명이나 본회의에 참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본회의장에 얼굴을 비췄다. 같은 시각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 메신저 역할을 하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0여명의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과 당사에 머무르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의결 후 3시간30분이 지난 뒤에야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때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취재진의 브리핑룸 출입이 제한됐다. 해당 담화는 사전에 녹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 대통령은 5시쯤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비상계엄을 공식 해제했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에는 대통령실 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경내도 문제 없이 오갈 수 있었다.

한편 헌법 등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해야 한다.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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