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자들, 특수잉크 개발
두피에 문신 그리면 뇌파 읽어
뇌파 데이터 수집 쉬워져
뇌종양·간질 진단에 활용
두피에 문신 그리면 뇌파 읽어
뇌파 데이터 수집 쉬워져
뇌종양·간질 진단에 활용
뇌파를 읽는 액체 잉크 기술. [사진 =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
미국 과학자들이 뇌파를 읽는 액체 잉크를 개발했다. 이 액체 잉크로 두피에 문신을 그리면 뇌파를 읽을 수 있다. 딱딱하고 불편한 전극을 대신할 기술로 주목받는다.
난수 루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교수와 시민 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교수 연구팀은 2일(현지시간) 이 같은 기술개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바이오머티리얼스’에 발표했다.
뇌파(EEG)는 발작, 뇌종양, 간질, 뇌 손상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자료다. 전통적인 EEG 검사는 측정자가 환자의 두피 상태를 확인하고, 자와 연필을 활용해 전극을 붙일 12개 이상의 지점을 표시해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검사 준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물론, 환자는 몇 시간 동안 꼼짝없이 앉아 있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연구팀은 ‘전자 문신(E-타투)’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 피부 표면에 신체 신호를 추적하는 소형 센서다. 앞서 심장활동을 측정하기 위해 가슴에 E-타투를 적용한 바 있다. 근육의 피로도를 측정하기 위해 근육에 적용되기도 한다. 땀 성분을 측정하는 용도로 겨드랑이에도 사용된 바 있다.
그런데 머리에는 적용하기가 어려웠다. 털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도성 폴리머로 만든 일종의 액체 잉크를 설계했다. 폴리머는 분자가 기본 단위의 반복으로 이뤄진 화합물을 뜻한다. 폴리머로 만든 잉크는 머리카락을 통과해 두피에 도달할 수 있다. 건조되면 박막 센서 역할을 해 두피를 통해 뇌 활동 데이터를 수집한다.
연구팀은 개발한 액체 잉크를 5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먼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적의 잉크 표적을 정했다. 사람 두상마다 뇌파를 잘 읽을 수 있는 전극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디지털 제어 잉크젯 프린터를 활용해 얇게 액체 잉크를 분사했다. 두피에 문신을 그리듯 액체 잉크를 목표 지점에 바른 것이다.
그런 다음 뇌파 측정 기능을 살폈더니 24시간 동안 안정적인 연결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파를 안정적으로 정확히 측정했다”며 “추후에는 잉크에 무선 데이터 송신기를 내장해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BCI는 약 860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는 사람 뇌를 컴퓨터와 연결하는 기술이다. 뇌파를 해독하고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창업한 뉴럴링크가 대표적인 BCI 회사다. 이 회사는 BCI를 구축해 뇌와 컴퓨터 간 완전한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뇌졸중이나 척수 손상, 사고 등으로 신체 일부를 쓰지 못하게 된 환자를 돕는다는 구상이다.
BCI에는 직접 뇌를 열어 신호를 읽는 침습적 방법과 외부에서 신호를 읽는 비침습적 방법이 있다.
연구팀은 “현재 비침습적 BCI는 사용하기 불편한 큰 헤드셋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BCI 설계 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BCI 기술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