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케이블 무허가 매설 해놓고…공사중 파손 배상 받겠다는 이 회사

집중호우 피해지역 복구작업(기사 본문과 직접 관련없음)./사진=뉴스1

KT가 수해복구 공사 중 통신용 광케이블을 파손한 중소 공사업체를 대상으로 배상을 받겠다며 소송전을 벌였다가 패소했다. KT가 광케이블을 무허가로 매설한 탓이었다.

3일 통신업계·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3단독 이성은 부장판사는 KT가 경기도 소재 공사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최근 KT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경기 여주시는 2022년 8월 중부권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관내 한 개천교량의 물길을 복구하기 위해 같은 달 A사에 '교량통수작업'을 지시했다. A사는 굴삭기를 이용하다 현장에 묻혀 있던 통신용 광케이블을 훼손했다. KT는 공사 도중 부주의로 기간망·가입자망 통신용 광케이블 총 4조(76코어)가 파손돼 복구비용 4500만여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지난 1월 A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가 확인한 사실조회 등에 따르면 공사 당시 현장에는 광케이블 매설표지판이 없었다. 게다가 KT는 광케이블 매설에 필요한 여주시의 점용허가 역시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작업현장에 KT 직원이 있었는데도 광케이블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공사 직후 KT가 여주시에 광케이블이 손실됐다고 알리면서 배상이 가능한지 등을 문의하자 여주시는 "적법한 인허가를 얻어 공사를 실시한 경우 보상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답하면서 여러 차례 서류를 제출하라고 안내했는데 KT는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KT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광케이블 파손이 A사의 복구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거기에 A사의 고의·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KT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KT는 소송 배경에 대해 "담당지사에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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