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올해 5월 30일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위력시위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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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에 넘긴 장사정포가 서울 등 수도권을 타격하기 위해 전방에 배치한 물량의 30%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처럼 핵심 전력의 공백까지 감수하고 대러 총력 지원에 나선 건 김정은이 북·러 간 ‘불량 동맹’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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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수도권 타격용 빼내 러시아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 뒤 서명한 조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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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전문 사이트 글로벌 시큐리티와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전방 서부 전선에만 서울 등 수도권을 겨냥해 700여 문의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포) 체계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는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들먹일 때 주력으로 삼는 장사정포다. 사거리가 50~60㎞에 이르는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현재까지 170㎜ 자주포·240㎜ 방사포 약 200문 가량을 러시아에 지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북한이 수도권 타격 전력의 30%에 이르는 장사정포 물량을 러시아로 빼냈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등은 북한이 장사정포 300여 문을 총동원해 1시간 동안 손실 없이 쏜다면 수도권에 1만 6000여 발을 퍼부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정은이 대남 타격 능력의 손실을 무릅쓰고 러시아에 장사정포 물량을 대는 건 길게 내다본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장사정포의 수도권 배치 규모를 감안하면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장사정포 규모가 얼마나 많은 양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면서 “이는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이 승리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생사와 연결됐다고 판단하고 ‘베팅’을 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군과 정보 당국, 우크라이나 정부의 평가를 종합하면 북한은 이 외에도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 KN-24 등 단거리미사일(SRBM)과 대전차 미사일 체계 불새-4 등 신형 무기도 넘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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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포차 꽝꽝 만들라” 이유있는 지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5월 11~12일 제2경제위원회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면서 당의 군수공업 정책집행 상황을 점검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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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동시에 북한의 이런 ‘아낌 없는 퍼주기’가 최전방의 재래식 무기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구형·신형 무기를 섞어 러시아에 대량으로 보내면 자연스럽게 북한 내부에서도 무기 체계의 세대 교체가 이뤄질 수 있고, 신형 무기에 대한 실전성 검증도 겸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유도 기능과 사거리 등을 대폭 개선한 신형 방사포·탄도미사일로 최전방 화력 체계를 개선하려는 계산일 수 있다고 군은 보고 있다.
실제 김정은은 올해 5월 11일 ‘갱신형 240㎜ 방사포대차’ 생산공장에서 신형 차량을 직접 몰며 “우리 식 방사포차들을 꽝꽝 만들어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8월에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CRBM) 화성-11라형을 탑재하는 이동식발사대(TEL) 250대를 최전방에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화성-11라형은 사거리가 110㎞로 한국 군 지휘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군 당국은 2022년 국방백서를 통해 “북한은 전방에 배치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외에 최근 사거리를 늘리고 정밀 유도가 가능한 300㎜ 방사포, 600㎜ 초대형 방사포 등을 개발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화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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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판 도광양회’ 준비하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올해 5월 13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첨단정밀군수품과 주요 저격무기, 그리고 갱신형 240㎜ 방사포대차 생산 실태를 점검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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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군 안팎에선 북한이 어느 정도 검증된 구형 장사정포를 신형으로 완전히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신형 무기 안정화 단계가 필요한 데다 북한이 ‘올해 새로 조직된 인민군 포병부대’(5월 13일 노동신문)라고 밝혔듯 개편한 편제에 맞춰 병력의 훈련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영토 완정” 등 거친 말을 앞세우면서도 남측과 실전을 치르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남측엔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북한식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르는 것)’를 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군 내부에선 북측이 군사분계선(DML)을 따라 대전차 구덩이를 만들고 지뢰 매설을 하는 목적에 군사적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군 관계자는 “김정은은 이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러시아로부터 핵·미사일 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 현대화와 관련한 기술을 이전 받는 데 주력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北 “‘내년도 투쟁 방향 결정’ 연말 전원회의 소집”=한편 북한이 이달 하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연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매체는 “당 중앙위 정치국이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면서 “2024년도 당·국가 정책들의 집행 정형을 총화하고 2025년도의 투쟁 방향 등 중요한 일련의 문제를 토의·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연말 전원회의 연설을 통해 북한군 파병을 비롯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행정부와 관련한 대미 정책 기조 등을 밝힐지 주목된다.
정영교·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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