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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사돈을 백악관 고문으로…트럼프 노벨상 작전은 이미 진행 중 [뉴스에 안 나오는 美 대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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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럼프와 해리스의 ‘건곤일척’ 대결의 흐름을 미국 내부의 고유한 시각과 키워드로 점검한다.

<15> 노벨평화상에 대한 트럼프의 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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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왼쪽 세번째) 대통령 중재로 이뤄진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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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수상, 실추된 노벨상 위상
트럼프의 뜨거운 노벨상 집념
아랍평화 정착이 전기될 듯


노벨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다음주 일본 ‘니혼 히단쿄’에 대한 시상식을 개최한다. 1956년 이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생존자를 대표해온 이 단체는 피해자 증언을 통해 핵무기에 반대해왔다. 이 단체에 앞서 2017년에도 스위스 비정부기구가 비핵 운동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두 반핵 단체 모두 10년 이상 활동했지만, 실제로 핵무기 폐기에 공헌한 기록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노벨위원회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 핵감축 프로그램이자, 북한 비핵화 모델로도 거론되는 ‘넌-루거’(Nunn-Lugar) 프로그램을 과소평가한 셈이다.

1991년 미국 상원의원 2명(샘 넌, 리처드 루거)이 주도한 이 프로그램은 1991년 구소련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에 남긴 핵무기 폐기를 주도했다. 당시 러시아의 재정난 속에 구소련 핵 물질이 국제 암거래 무기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우려되자, 미국이 개입했다. 수 년에 걸쳐 7,600개가 넘는 핵탄두, 900개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발사 잠수함 33척을 폐기했다. 이 프로그램이 제거한 규모와 수준은 여전히 ICBM기술을 시험 중이고 보유 핵탄두가 50여개인 북한의 현재 핵전력을 훨씬 뛰어 넘는다. 21세기 이후에도 넌-루거 프로그램은 대상과 범위가 늘어나, 알바니아와 리비아 시리아 등지의 화학물질 4,700톤 제거에 기여했다. 필자는 루거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하며 이 프로그램의 구체적 작동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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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월 리처드 루거(왼쪽)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 동행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함께 '넌-루거' 프로그램에 무장이 해제된 우크라이나의 무장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제공: 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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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노벨평화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2009년 성급한 수상자 결정으로 미국인을 놀라게 했다. 세계 정치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공로로, 취임 9개월을 갓 지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수상자로 발표했다. 그 결정이 시기상조임을 알고 있었던 듯, 오바마 대통령도 수상 연설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는 결정이며, 넬슨 만델라와 마틴 루터 킹과 비교하면 자신의 업적이 “미미하다”고 인정했다. 당시 결정에 관여했던 노벨위원회 총무도 2015년 출간된 회고록에서 오바다 대통령이 기대했던 업적을 이뤄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노벨평화상에 대해 매우 적극적이다. 북한과 대화에 나섰던 2018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고, 일본 총리였던 아베 신조가 직접 후보 추천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트럼프는 2020년에도 수상 기회가 있었다. 이스라엘과 아랍의 관계 정상화 노력인 ‘아브라함 협정’때문이었다. 그해 이스라엘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에서도 중동 평화 정착 노력을 통해 평화상을 노리고 있다. 지난 달 국무장관을 지명하기도 전에,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와 중동특사를 지명자를 발표했다. 또 레바논의 기독교도이자 막내 딸의 시아버지를 아랍 문제 담당 수석고문에 임명했다. 일련의 인사는 2기 행정부에서 (바이든도 실패한)이스라엘과 사우디 외교관계 정상화를 이뤄내고 평화상을 수상하려는 열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사우디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해당국에서는 막강한 실력자이며, 트럼프를 제외한 많은 미국 대통령들에게 골칫거리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두 인물에게 관심과 호의를 베풀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지켜온 오랜 중립을 깨고 2018년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으며, 2017년에는 미국 대통령의 첫 방문지로 사우디를 선택하는 한편 사우디의 숙적인 이란을 위협하는 등 사우디를 기쁘게 했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와 MBS 모두 트럼프에게 빚을 지고 있으며, 아직은 외교관계 정상화에 부정적이지만 트럼프의 4년 임기 동안 미국의 수교 압력을 견뎌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사우디의 평화가 이뤄진다면, 해당 공로에 따른 노벨상은 트럼프의 독차지 될 것이다. 네타냐후는 가자 전쟁에서의 반인륜 범죄혐의가, MBS는 사우디 반체제 인사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의 트럼프에 대한 적대감은 광범위하고, 미국인에 대한 편견도 뿌리깊다. 미국인도 유럽인을, 이민과 난민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자유주의적 모습을 보였던 위선자로 취급한다. 노벨위원회가 정기적으로 비핵 운동에 초점을 맞추는 건 존중할 일이지만, 이스라엘-사우디 평화를 확보할 경우 트럼프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오바마에 대한 성급한 수상 이후 실추된 위상을 회복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폴 공 미국 루거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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