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박물관 ‘비엔나 1900…’ 특별展
클림트-실레 등 작품 191점 선보여
구스타프 클림트의 ‘모자를 쓴 여인’(1898년·위 사진)과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년). ‘빈 분리파’의 거장인 두 사람이 그린 원화를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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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정장 차림에 모자를 쓴 여인이 영롱한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한다. 전시장 천장에서 쏘는 조명을 받은 뽀얀 여인의 얼굴이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검은색 코트와 모자로 몸을 온통 휘감았음에도 화가의 다른 작품인 ‘유디트’(1901년) 못지않은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의 서두를 장식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 ‘모자를 쓴 여인’(1898년)이다. 대표작 ‘키스’(1908년) 등으로 ‘황금의 화가’로 불리는 클림트가 환상적으로 그린 이 여인은 패션디자이너 에밀리 플뢰게. 생전 바람둥이였던 클림트가 평생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이자, 죽음을 앞둔 그가 유일하게 찾은 여인이었다.
이번 특별전은 클림트와 에곤 실레, 오스카어 코코슈카 등 현대 서양화 사조에 큰 영향을 미친 오스트리아 ‘빈 분리파’ 거장들의 작품 191점을 선보이고 있다. ‘빈 분리파’는 역사주의 등 정통 회화의 보수성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면을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 1897년 결성한 클림트 등의 젊은 예술가 집단을 말한다.
19세기 말 당시 빈은 쇠락해 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로, 세기말 특유의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이런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을 캔버스에 탁월하게 표현한 이가 클림트의 제자 실레다. 5부 전시의 서막을 여는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1912년)은 이번 전시 포스터로도 쓰인 실레의 대표작. 어깨를 비튼 채 얼굴을 옆으로 살짝 돌리며 정면을 응시한 자화상은 내면의 불안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실레의 ‘스스로를 보는 이 II’(1911년)도 죽음을 상징하는 유령이 사람의 어깨를 감싸는 그로테스크한 도상으로 인간의 불안과 고통을 파격적으로 담았다.
이에 비해 그가 그린 ‘피아노를 치는 레오폴트 치하체크’(1907년)는 전체적으로 따스한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그려져 대비를 이룬다. 그림 속 인물은 실레의 삼촌으로, 14세 때 죽은 부친을 대신해 그를 돌봐준 은인이다.
빈 분리파의 양대 거장 클림트와 실레의 드로잉을 따로 모아 소개한 공간도 눈길을 끈다. 특히 결혼 전 각이 지고 비쩍 마른 실레의 거친 인물 드로잉과, 결혼 후 그린 부드럽고 풍만한 누드화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두 거장의 그림 외에 에른스트 슈퇴어가 그린 ‘호숫가의 남녀’(1903년)도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큰 관심을 보이는 걸작. 연보라색 톤의 해 지는 호숫가를 두 남녀가 관조하는 서정적인 장면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1만8500원.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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