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여야는 물론 국민이 모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헌법은 전시나 사변 같은 국가비상사태에 있어 군 병력으로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국회는 4일 새벽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 민주당과 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곧바로 해제될 게 뻔한 계엄령을 대통령이 선포한 것이다. 게다가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까지 계엄을 국민과 막겠다고 했다. 어이없는 사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무회의를 통해야 하는데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다. 계엄 선포의 법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밝힌 자유 헌정 질서 수호는 최근 민주당의 입법 권력을 통한 행정 권력 무력화를 염두에 둔 것 같다. 민주당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간부 3명에 대한 탄핵에 들어갔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하고 사실상 ‘민주당 정부’로 뒤집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감사원장을 탄핵하면 수개월 걸리는 헌재의 결정 전까지 감사원장의 직무는 멈춘다. 이 경우 문재인 정부 때 임명한 감사위원들이 감사원장 권한을 대행하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감사 및 수사 의뢰는 중단된다. 감사원 3급 이하에 대한 물갈이 인사까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합당한 선이 있다. 민주당이 폭주한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도를 심각하게 넘은 조치다. 어떻게 지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상황인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상황도 아니고, 그럴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도 아니다. 세계 10위권 민주국가로 국가 망신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국민에게 답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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