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겪지 않았는데도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2023년 성장률 1.4%는 잃어버린 30년을 경험한 일본보다 지난 30여년 동안 유일하게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해이다. 물론 우리도 선진국 경제의 특징인 저성장세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어 낮은 성장률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률이 높아도 양극화로 인해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은 지는 이미 오래됐다. 또한 성장률이 수출이 좋고 나쁨에 따라 연동하는 이른바 ‘천수답 경제’가 된 것은 더욱 문제가 된다. 50%도 되지 않는 민간소비 비중, 혁신적인 기업의 생산성 향상의 부재, 경제활동인구의 지속적 감소,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한 사회경제 활력 저하 등 자체적인 성장동력이 메말라 간다는 데 문제의 본질이 있는 것이다.
다시 또 1%대 성장률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단기적인 경기침체 극복 방안과 중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 전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논하기에 앞서, 현재의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정부의 긴축적인 재정정책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작년, 올해, 그리고 내년에도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긴축 재정을 고수하고 있다. ‘긴축적 재정운용과 감세정책→낮은 국세수입→재정보강 없이 불용과 미집행→경기침체 가속화→더 낮은 국세수입, 세수결손 심화’의 악순환이 지난 3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국채발행을 통한 추경을 하지 않으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50%는 지켰을지 몰라도 재정수지 적자는 3%를 넘을 것이 명확하다. 대체 국가채무비율 50%는 무엇을 위해 쓸 것인지 궁금하다. 작년과 올해 연이은 대규모 세수결손에 대해 정부가 취한 방식은 국가채무를 늘리지 않고 외평기금과 주택도시기금 등을 가져와 부족한 재원을 메운 방식이었다. 실질은 파괴되고 형식만 남은 재정건전성이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단순한 경기순환적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첫째,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구조 다변화가 시급하다. 민간소비 비중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제구조에서 내수는 수출 의존도를 완화하고 안정적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축이다. 가계소득 증대 정책, 자영업자 기반이 붕괴된 소상공인을 위한 재출발 지원 및 중산층 복원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 통상 및 외교전략의 다변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경제 회복 부진이라는 위기를 극복하려면 시장 다변화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아세안, 인도 등 성장잠재력이 높은 시장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수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셋째, 혁신 생태계 구축이다. 생산성 정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그냥 화폐적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생산성 혁신없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않을 재간이 있겠는가?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야심차게 내걸었던 4대개혁(교육, 노동, 연금, 의료)과 저출생 대책이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먼 미래를 위한 개혁방안들을 이루기 전에 우린 이미 다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말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경구가 들려오는 듯하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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