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재회한 오바마 "미국도 통일 후 번영하는 독일처럼 되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황철환 기자 =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독재자들이 지닌 강력한 권력에 매료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최근 이 매체와 한 인터뷰에서 "그(트럼프)가 푸틴에 대해 말하는 방식, 그리고 북한(김 위원장)에 대해 말하는 방식에는 항상 이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순전한 권력에 대한 일종의 매료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상 대 정상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을 때도 "나는 항상 그가 자신에게 걸림돌이 된다고 느끼는 모든 의회기구들을 실질적으로 무시한 채 직접 사안을 결정하길 원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메르켈 전 총리는 "민주적 가치들과 조화되지 않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메르켈 전 총리는 트럼프 1기 백악관 비서실장이었으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파시스트에 부합한다'고 비판한 존 켈리의 최근 발언과 관련한 질문에는 "이에 대해선 어떤 코멘트도 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좌측)과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우측) |
16년간 재임해 독일 최장수 총리로 기록된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달 말 출간한 '자유. 1954∼2021년의 기억'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에서 국제 외교무대의 뒷이야기와 함께 일부 정상들에 대한 인상을 소개했다.
회고록은 국제무대에서 여러 번 부딪혔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협력을 통한 공동 번영이라는 개념 자체를 믿지 않는다"고 혹평했고,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항상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메르켈 전 총리의 회고록 출판 기념행사에는 재임 시절 국제 외교무대에서 긴밀한 관계였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메르켈 전 총리와 공개대담을 진행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사회의 분열을 우려하면서 "수십년간 장벽으로 갈라졌던 독일 국민은 하나의 국가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번영하고 있다. 미국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민이 정치적 성향과 이념 등에 따라 내부 대립이 심화하고 있지만, 동·서독 국민의 통일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차이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담 행사에 초청된 것은 재임 시절 두 사람이 국제 외교 무대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조하는 등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메르켈 전 총리는 3천 명의 청중이 모인 이날 공개 대담에선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미국도 언젠가는 여성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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