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내국인·재외동포 여론조사
現 ‘만 65세 이상’ 국적회복 가능
국민 58% “연령 낮추면 복지 부담”
이해당사자 67%도 우려 표명해
법무부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 연구 용역을 통해 올해 8월 국민 3000명, 국내외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와 외국인인 재외동포, 해외에 장기 거주하는 재외국민 등 이해 당사자 555명을 대상으로 ‘복수국적 및 국적 이탈·상실에 대한 여론조사’를 온라인으로 실시한 결과, 국민 응답자 65.5%는 ‘지금처럼 만 65세 이상 국적 회복자에게만 복수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나머지 34.5%였다. 이해 당사자 50.5%도 ‘지금처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 한 행정사무소 앞에 국적회복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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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행된 개정 국적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인 외국 국적 동포는 외국 국적을 유지하면서도 과거에 상실한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 지난해 법무부 장관의 국적 회복 허가를 받은 사람이 4203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이유다. 이 중 63.9%가 미국인(2684명)이었다.
이 때문에 미주 동포 사회를 중심으로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에 대한 목소리가 컸다. 이에 법무부는 “국적에 관한 사항은 주권자의 범위를 정하는 것으로,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국적 제도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확인해 향후 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데 참고하고자 여론조사를 벌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국민뿐 아니라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에 따른 우려가 작지 않은 점이다. 국민 57.9%, 이해 당사자 67.0%는 ‘장·노년층 국민이 늘어나 사회복지 재정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국민 59.7%, 이해 당사자 63.8%가 ‘병역을 기피하려는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병역법상 병역의무는 만 40세까지 있는데, 병역을 기피한 국적 포기자들이 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읽힌다. 다만 국적법상 병역 기피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사람은 국적 회복이 불허된다.
국민 응답자들 사이에서 ‘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해 노동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 ‘투자 유치, 소비 진작 등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답변은 각 35.6%, 34.9%에 그쳤다. 이 두 항목의 이해 당사자들 응답은 각 68.6%, 73.0%로 2배 정도 높아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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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민 76.5%는 ‘국적 회복 허가를 위해 회복 신청 전 일정 기간 한국 거주, 회복 후 한국에 주로 거주할 의사, 충분한 자산과 소득 보유 등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현재는 범죄 경력이나 병역 기피 등 결격사유가 없으면 국적 회복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 이민출입국변호사회 부회장인 강성식 법무법인 케이앤씨 변호사는 “복수국적 허용 연령이 만 40세가 된다면 인력 수급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한 번에 그렇게 낮추기는 쉽지 않고, 낮춘다면 60세나 55세 정도가 될 텐데 그 정도로는 오히려 복지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이 관련 전문가 2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도 국민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원은 “전문가 대다수가 국적 회복 허가를 위한 기본 요건으로 국내 거주 기간과 거주 의사, 자립에 필요한 경제적 상황 등이 국민적 공감대의 바탕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국적 회복이 사회보장 혜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국적 포기 당시 병역의무나 회복을 원하는 단계에서 한국 거주자로서의 납세, 건강보험료 납부 의무 이행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국적을 회복해 한국 국적자가 되면 국민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가진다. 외국 국적을 국내에서 행사할 수 없으나, 외국에선 해당 국가 국적자로서의 권리가 있다. 또 재외동포가 F-4 체류 자격인 경우와 한국 국적자가 되는 경우엔 사회보장 혜택이 차이 난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를 기준으로 보면, 국민과 재외동포 간에 보험료 산정 기준 등 차이가 크다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연구원은 “재외동포가 다시 국민으로 포섭되는 과정과 의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일반인이 복잡한 국적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와 교육이 지속적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법무부는 “이번 조사 결과는 정책 추진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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