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빈 산업부 |
최근 만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메모리사업부에 재직 중인 한 MZ사원은 "이직을 고민했지만, 선뜻 그럴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삼성전자를 떠났을 때 더 만족할 자신은 없다고 했다. 연봉을 올리거나 원하는 복지 조건을 제공하는 회사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입사 때까지만 해도 명실상부 '1위 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 사회 초년생 시절을 바쳤던 '열정' 때문에 경쟁사에 지원조차 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삼성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는 등 타격을 입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겪고 있다. 그럴수록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사라지고, 사기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쟁사 경력 사원에 지원했다거나 글로벌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직원들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경영진도 현 상황에 대해 모르고 있진 않은 듯하다. DS 수장인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3·4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공개했다. 그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또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기술 초격차'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했다.
기술에 방점을 찍는 건 직원들이 바라는 방향이기도 하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HBM4 등 차세대 제품에 집중하고 주요 고객사를 적극 확보하는 한편, HBM의 근간이 되는 D램 기술 경쟁력 회복에도 총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주엔 사장단을 포함한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도 마쳤다. 기술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전 부회장이 7년 만에 메모리사업부장으로서 키를 잡아 흔들리지 않는 '메모리 1위'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이번 인사를 두고 예상보다는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향후 조직개편 등에서 이 같은 우려도 모두 불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삼성전자 또 다른 MZ직원은 내년 사업 전망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외부에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평가를 받더라도 자신이 있다고 했다. 경영진 또한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애정 어린 마음을 보다 세심하게 살피고, 내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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