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4 (수)

'상법 개정' 밀어붙이는 민주당...이재명, 4일 토론회서 직접 좌장 맡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머니투데이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대구 중구 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입법의 키를 쥔 과반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위한 고강도 드라이버를 거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토론회의 좌장까지 맡기로 해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내일(4일) 오전 10시30분부터 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가 열린다.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라며 "당 정책위원회와 민주당의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공동주관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회) 좌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맡는다"며 "토론에는 경영진측과 투자자측이 각각 6~7명씩 참여한다. 이번 정책 디베이트를 통해 서로 할 말은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고 이를 (입법에)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직접 토론회 좌장을 맡는 것은 당 차원에서 상법 개정에 그만큼 힘을 싣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본격 토론에 앞서 오기형 TF 단장이 발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비상장사까지 적용되는 상법 대신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법을 개정할 경우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투기자본의 소송 등 공격까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전날(2일) 발표된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상장법인이 합병 등을 할 경우 그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점을 자본시장법에 명시 △계열사간 합병에 대해 가액 산정기준 전면 폐지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 의무화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 일반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 신주 중 20% 범위 내에서 우선배정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시 거래소가 일반주주 보호노력을 심사하는 기간 제한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민주당은 즉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땜질식 처방"이란 비판을 내놨다.

민주당 TF 위원들은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소액주주의 피해는 합병과 분할 등 자본거래뿐 아니라, 과도한 임원 보수, 스톡옵션, 부당 내부거래, 상장폐지, 헐값 전환사채 배정 등 손익거래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따라서 특정 사안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인 주주 보호 원칙을 제시할 수 있는 상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두 법안의 역할 분담을 통한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8일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 현장 간담회'에서 "경영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핏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 시행되면 상법 개정은 굳이 안해도 될 것이다. 일부 바꿀 수도 있을 거라 말씀드린다"고 해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을 열어둔 게 아니냐는 해석들도 나왔었다.

이같은 해석에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늦은 오후 당 고위전략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은 상법과 자본시장법을 동시 개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며 입장 선회의 가능성은 일축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회의에서 더 근본적이고 과감한 자본시장 개혁, 혹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도 추진해 나가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한 TF 위원도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정부는 현재 합병, 분할, 주식교환, 영업양도 등 네 가지 사례에 대해 주주 보호 조항을 명시하겠다는 것인데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 등에서 주주 피해가 발생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특정 사안만 규제한다면 허점이 많을 것이기에 상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법 적용시 기업 규모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런 부분은 당론에도 이미 반영돼 있어서 충분히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민주당 안대로 상법이 개정된다면 경영인이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배임죄를 폐지하는 게 맞지 않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 그 역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밖에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집중투표제 의무화,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상장사 독립이사 선임 및 전자주주총회 근거 규정 마련 등의 내용도 법안에 담았다. 집중투표제란 2인 이상의 이사 선임시 주식 1주당 선임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또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란 주주총회를 통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사내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다.

민주당은 이미 다수의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만큼 국회 안팎의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해 상법 개정을 올해 내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상법의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다. 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위원장인 정청래 의원도 민주당 소속인 만큼 법사위 통과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해당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