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젊은 과학자들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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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논의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에 대해 러시아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당초 러시아에 뺏겼던 영토 전체를 탈환해야 한다던 입장을 선회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보장받는다면 휴전 협상에 응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이후다.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사용 제한을 해제한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번복해야 휴전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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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우크라 재무장 기회 주려 휴전 논의”
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과 만나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숨통을 틔워주고 첨단 장거리 무기로 다시 재무장할 기회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휴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평화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방 지도자들이 젤렌스키의 모든 변덕에 굴복하는 것 같다”며 “그들의 입장은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2년 넘게 ‘젤렌스키 공식’에 따라 러시아를 배제하고 러시아에 대해 논의해 왔다는 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모든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솔직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8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2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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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젤렌스키 축출 후 푸틴 만나야”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의 평화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실렸다. 러시아 재벌이자 푸틴의 측근으로 알려진 콘스탄틴 말로페예프는 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키스 켈로그가 평화 계획을 제안하더라도 우리는 그에게 ‘엿 먹으라’(screw himself)고 말할 것”이라며 “건설적인 협상을 위해선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가한 미국의 결정을 번복하고, 젤렌스키를 축출한 후 푸틴과 만나 최고 수준에서 세계 질서 문제를 논의해야 갈등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외신에 따르면 키스 켈로그가 마련한 종전안에는 우크라이나가 평화 회담에 참여하지 않으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끊고, 러시아가 협상을 거부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증가할 것이라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의 최전선을 동결하고 비무장지대를 설정해 나토나 다른 미 동맹국의 병력이 담당하는 내용도 있다. 앞서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지난달 26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분쟁을 동결하는 모든 방안을 강력히 거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키스 켈로그와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키스 켈로그를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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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페예프는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철회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중국간 동맹 강화 등 세계 쟁점을 논의할 의지가 있어야 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이익의 일부임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고도 했다. FT는 “말로페예프의 아이디어는 푸틴이 제시한 휴전 조건(러시아가 점령한 4개 영토 양도, 나토 가입 포기)에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 러시아는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을 향해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많은 국가에서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며 “미국이 경제력이라고 불리는 무력을 사용해 국가들이 달러를 사용하도록 강요한다면 (국제 무역에서) 자국 통화로 전환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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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우크라 추가지원
지난 6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탈리아 사벨레트리에서 G7 정상회담과 별도로 안보 협정에 서명한 후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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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대인지뢰, 대드론 탄약,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용 탄약 등 7억2500만 달러(약 1조원) 상당의 군사 지원을 제공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 지원이 미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무기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인 ‘대통령 사용 권한’(PDA) 절차에 입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3~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트럼프 취임 전 마지막으로 열리는 나토 외교장관회의에도 참석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달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던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이달 말 이전에 인도될 6억5000만 유로(약 1조원)의 추가 군사지원을 약속했다.
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왼쪽)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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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북한서 받은 미사일 60기 사용 추정”
우크라이나 정보국은 이날 러시아가 그간 북한에서 제공받은 탄도미사일 중 60기를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안드리 체르니악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 대변인은 현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KN-23(북한명 화성-11가) 탄도미사일 사용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KN-23은 러시아의 ‘이스칸데르-M’과 유사한 전술유도탄이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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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수 공장을 시찰할 당시 공개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추정되는 무기 사진(왼쪽)과 지난 1월 2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에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잔재의 모습(오른쪽). X(옛 트위터) 계정 @IntelCatalyst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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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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