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 140여개가 수출 제한 대상으로 추가됐다. 반도체 기업 20여 곳과 반도체 장비 업체 100여 곳 등이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신궈지(SMIC)와 화웨이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들로, 반도체 장비와 HBM을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제한 품목에 HBM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생산되는 모든 HBM 스택이 해당되는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타격 대상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대부분의 HBM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어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중국 시장을 완전히 배제할 경우 장기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것까지 규제 대상에 올렸다는 점이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핵심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은 여전히 미국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HBM뿐 아니라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장비, 소재 등도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미 상무부는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는 예외로 뒀다.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인데 한국이 면제국 명단에서 빠진 것은 아쉽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반도체 수출시장으로 미국의 제재 압박으로 규모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비중이 크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361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조치로 제재가 더 강화되면 반도체 산업 전체 타격이 불가피하다. 우선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수출통제 제도를 정비해 면제국 지위를 얻는 게 중요하다. 우리 입장을 더 관철시킬 외교적 노력은 필수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몇 달 전부터 이런 논의를 해왔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미국의 중국 제재는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 원천기술을 무기로 미국이 언제든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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