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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초동시각]전기차 관세전쟁 관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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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중국 전기차를 바라보는 유럽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불법 보조금과 과감한 밀어주기 정책을 뒷배로 큰 만큼, 가만히 우리 영역에 들여선 안 된다고 본다. 적어도 유럽의 전기차 생태계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라도 당분간 관세라는 벽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핵심, 태양광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을 테다. 유럽은 2000년대 초반까지 태양광 산업을 이끌었으나 이후 눈독을 들인 중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긴 전례가 있다.

한편에선 전기차 보급을 늘리는 데 중국을 제외하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탄소중립은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산업에 경쟁력 있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이른바 현실론이다. 배터리를 포함한 전기차 부품 생태계가 취약한 터라 중국 없이는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본다.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하는 유서 깊은 완성차 기업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주장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어려운 만큼, 개인적으로는 당초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결정이 꽤 진통을 겪은 후에야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두 달 전 이곳에 쓰는 칼럼에서다. 당시 EU는 오래 지나지 않아 최고 45% 수준의 고율 관세를 결정했다. 물론 이번 결정이 끝이 아니다. EU 집행위원회와 중국 정부 관리는 후속 협의를 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를 일정 가격 아래로는 팔지 않겠다는 식으로 유럽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가 위협적이긴 하나 무역분쟁으로 확산하는 걸 원치 않는 유럽으로서도 징벌적 성격의 관세보다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중국 견제는 변수라기보다는 상수에 가깝다. 직전 임기에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서슴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관세를 비롯한 다양한 카드를 꺼내 들 공산이 크다. 드러내놓고 보호무역을 강조하는 서방의 협공에 중국은 스스로를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양 내세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 편입시켰던 21세기 초와는 달라진 무역환경이다.

중국 전기차에 관세를 매겨 장벽을 높이면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고 본다. 어느 정도의 산업 생태계를 갖춘 상태에서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겠으나 현시점에선 이미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개별 차종에 한해 공급망을 달리 짜는 데도 5, 6년 이상 걸린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부상한 BYD나 중국 체리차는 유럽 등 제3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거나 이미 가동을 시작했다.

반면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로 꼽히던 노스볼트는 파산했다.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영난에 책임을 지고 임기를 남기고 물러났다. 구조조정을 예고한 유럽 최대 메이커 폭스바겐은 독일 전역에서 파업이 불거질 태세다. 완성차 기업으로선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중장기 미래를 내다보고 대규모 투자를 수반해야 하는 전동화 전환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술 못지않게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감성적인 영역을 떠나 전기차 사업에서 현재 이 지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중국이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일방적인 관세 부과가 위정자에게 도움이 될까. 답은 비관적이다.

산업IT부 차장 최대열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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