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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쇼츠'는 이제 그만... '뇌 부패(brain rot)' 옥스퍼드 올해의 단어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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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대, 투표 통해 'brain rot' 선정
"저품질 짧은 영상 등 과소비, 뇌 퇴화 초래"
"1년 새 '뇌 부패' 사용빈도 230% 증가"
한국일보

인공지능(AI)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짧은 영상 등을 과소비해 지적능력이 퇴화되는 인류의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 윤현종 기자•달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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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통되는 짧은 분량의 '쇼츠' 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의 과소비가 지적 능력의 퇴화를 초래한다는 우려를 담은 단어 '뇌 부패(brain rot)'가 영국 옥스퍼드대가 뽑은 올해의 단어로 선정됐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옥스퍼드 영어사전을 발행하는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3만7,000여 명의 투표 등을 통해 '뇌 부패'를 2024 올해의 단어로 뽑았다고 발표했다. 뇌 부패는 직역하면 뇌가 손상되거나 썩는 것을 뜻한다.

가디언은 뇌 부패가 "사소하거나 도전할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온라인 콘텐츠 등을 과하게 소비한 결과 인간의 정신적 또는 지적 상태가 악화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이 단어가 "올해 특히 소셜미디어에서 저품질 온라인 콘텐츠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것이 미치는 영향을 우려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새롭게 주목받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BBC 방송은 '뇌 부패'의 사용 빈도가 지난해와 올해 사이 230% 증가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뇌 부패'라는 단어가 처음 쓰인 시기는 인터넷 탄생보다 100년 넘게 빠른 1854년이다. 이때 미국 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이라는 저서에서 영국 사회의 정신적·지적 노력이 전반적으로 퇴보하는 현상을 두고 "영국이 '감자 부패'를 막으려 노력하는 동안, 훨씬 치명적인 '뇌 부패'를 고치려는 노력은 왜 없는가"라면서 이 단어를 썼다.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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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여 년 전에도 존재했던 현상인 '뇌 부패'가 올해의 단어로 뽑힌 것에 대해 캐스퍼 그래스월 옥스퍼드사전 대표는 "현대인이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SNS 콘텐츠를 주로 만들고 소비하는 Z·알파 세대가 이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며 "SNS의 부정적 영향을 알면서도 풍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발표되는 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는 시대의 경향이나 사회상을 적극 반영해 왔다. 지난해에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매력을 뜻하는 '리즈(rizz)'가 선정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첫 당선된 지난 2016년에는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감정에 호소한 사회적 경향 등을 반영한 '탈진실(post-truth)'이 올해의 단어로 뽑히기도 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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