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 남서쪽 칸셰이쿤에서 반군세력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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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휴전이 성사되자마자 또 다른 중동 화약고인 시리아에서 반군의 공세가 시작되며 2011년 이래 50만명이 넘는 사망자와 700만명 이상의 난민을 양산한 내전의 악몽이 되살아날 조짐이다.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를 8년 만에 반군에 빼앗긴 시리아 정부군은 러시아군과 합세해 반군 지역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며 2020년 이후 소강 상태였던 내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2일(현지시간) 시리아 민간 구조대인 ‘화이트 헬멧’은 전날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의 공습으로 북서부 지역에서 어린이 10명을 포함해 최소 25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날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는 합동 작전을 통해 반군이 점령한 북서부 이들리브와 알레포 등을 공습하는 등 반격에 나섰다.
정부군이 시리아 제2도시이자 경제 중심지인 알레포에 공습을 단행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8년 전 내전에서 알레포를 수복할 당시에도 반군에는 없는 러시아의 공군력을 활용한 공습 작전을 적극 펼친 바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반군 세력을 분쇄하겠다며 정부군이 반군 점령 지역을 차례로 탈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이트 헬멧은 반군이 북서부 일대에서 공세를 개시한 지난달 27일 이후 정부군과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5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공습 외 반군과 정부군의 충돌로 숨진 희생자까지 포함하면 지난달 27일 이후 닷새간 민간인 최소 48명을 포함해 37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지난달 27일 이후 사흘간 정부군이 1000명에 달하는 반군을 사살했다고 보도했으나,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이란 역시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를 시리아로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날 밤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부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이란은 시리아 내전에서도 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수천여명의 시아파 민병대를 파견해 정부군을 지원한 바 있다.
앞서 최대 반군 단체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주축으로 한 반군 연합은 지난달 27일 북서부 지역에서 기습 작전을 시작한 후 사흘 만인 지난달 30일 알레포 탈환에 성공했다. 이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후 최근 수년간 가장 급격한 국면 변화다.
반군은 2016년 정부군에 알레포를 빼앗긴 후에도 여러 차례 재탈환을 시도하는 등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으나, 2020년 3월 반군을 지원해온 튀르키예와 정부군을 지원해온 러시아가 시리아 북서부에서 군사행동 중단을 골자로 한 휴전에 합의한 후 전선은 소강 상태였다. 알레포 재탈환에 성공한 반군은 현재 남쪽 하마 방향으로 진격하고 있다.
알레포에 다시 포성이 울리기 시작하자 주민 상당수는 도시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 주민 압둘라 알할라비는 로이터통신에 “과거 반군을 몰아내기 위해 이곳에 폭탄을 떨어뜨려 수천명을 죽였던 러시아군이 또 폭격을 반복할까봐 모두 겁에 질려 있다”고 말했다.
반군 연합은 러시아와 이란 등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온 국가들이 각자의 전쟁으로 혼란한 틈을 타 공세를 개시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2011년 내전 발발 후 러시아에 공군력을, 이란 혁명수비대에 지상군 병력을 크게 의존해왔다. 반군의 기습적인 작전에 허를 찔린 후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을 지휘해온 세르게이 키셀 사령관을 경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휴전에 돌입한 날 시리아에서 내전이 다시 불붙자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이번 반군의 공격 배후엔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이를 부인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시리아 방문에 앞서 러시아 외교장관과 통화하며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책을 논의했고, 시리아 방문 후엔 튀르키예를 찾을 예정이다.
레바논 휴전을 성사시키며 중동 갈등을 일시 봉합한 미국은 시리아 내전 격화를 막기 위해 움직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교장관과 통화해 대책을 논의했다.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시리아 서북부 반군 단체 ‘자유시리아군’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에 협력해온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 왔는데, 이는 쿠르드족이 주축이 된 무장세력이다.
한때 알카에다와 연계됐던 이슬람 극단주의의 세력부터 온건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시리아 반군 조직들은 각각 외부 세력과 복잡하게 연계돼 있으며, 알아사드 정권에 함께 대응하는 한편 반군 조직끼리도 견제와 갈등을 이어 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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