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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를 맞아 정치·산업계 전반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도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높은 임금 부담 때문에 정년 연장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지만 기업 특성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기업 여건에 따라 일률적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 상향, 전문가 위촉 등 다양한 정년 연장 방안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오늘(2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계의 오랜 숙제였던 정년 연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더욱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년 연장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과거 62세였던 건강수명 지표가 70세가 넘었다. 그 나이까지 노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일하고 싶으면 일할 수 있게 정년 연장 등 제도개혁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지난 27일 오전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당 격차해소특별위원회의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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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치권으로의 논의 확대에도 기업들은 정년 연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근속 연수에 따른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택하고 있어 법정 정년을 연장하면 임금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본격화한 경기침체로 긴축 경영을 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정년 연장은 큰 비용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종업원 300인 이상 국내 기업 121곳의 인사 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령자 고용정책에 관한 기업 인식 조사'에서 응답 기업 67.8%가 정년 연장 시 경영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합니다.
또 한경협이 김현석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정년 연장 도입 시 추가 고용 비용은 최대 30조2천억 원까지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정년 연장은 피할 수 없는 요구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이중 일률적 정년 연장을 택한 기업들이 소수이지만 눈에 띕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2022년 정년을 만 60세에서 61세로 높인데 이어 지난 3월 62세로 더 연장했습니다.
크라운제과와 인천공항공사도 정년을 각각 만 62세, 61세로 늘려 운용 중입니다.
중견기업에서는 소신여객자동차가 2016∼2019년 두차례 걸쳐 만 60세였던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했습니다.
여객 업체인 대진여객도 지난해부터 정년을 만 63세로 늘린 상태입니다.
일률적 정년 연장이 부담스러운 기업은 퇴직 후 재고용이라는 대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방안은 사측은 숙련된 노동자를 신입사원 연봉으로 고용할 수 있고, 근로자는 정년 이후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대안으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대표적 기업은 현대차그룹으로, 현대차는 2019년부터 기술직(생산직) 정년 퇴직자를 대상으로 '숙련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기아도 정년퇴직 후 재고용한 '베테랑' 제도를 2020년부터 운용 중입니다.
이 제도의 재고용 기간은 원래 1년이었으나 현재 2년으로 늘어났고, 대상도 영업직으로 확대됐습니다.
포스코도 지난해 정년 퇴직자의 70%를 재고용하기로 합의하고, 현재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용 기간은 1년 단위이며 2년까지 연장됩니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 개시 상향, 퇴직 전문가 재고용 등도 택하고 있습니다.
KT는 지난 7월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 개시 연령을 기존 만 57세에서 58세로 높이는 데 합의했고 나이와 관계없이 월 임금의 80%를 주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 현장의 최고 커리어 단계로 '마스터' 직책을 도입해 정년 이후에도 이들이 기술력과 노하우를 발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문성을 인정받은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시니어 트랙'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LG전자도 연구 개발, 제조 등 특화된 일부 분야에 대해 정년 이후에도 별도로 자문 역할을 받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 때문에 일률적인 정년 연장보다는 생산성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통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단순히 법정 정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기업경영과 청년고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해서는 생산성과 임금 간의 괴리를 줄이고, 임금의 유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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