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에 위치한 화웨이 R&D센터 전시홀. 화웨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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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출시한 최신형 스마트폰 ‘메이트70’에 탑재된 반도체는 화웨이가 직접 개발하고 생산한 것인가?”
“반도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반도체 설계는 일찍부터 했다.”
“설계는 화웨이가 했는데, 생산은 누가 했는지 확인해주지 못하는 것인가?”
“그렇다.”
지난 11월29일 중국 상하이 푸둥의 화웨이연구센터. 중국을 대표하는 통신기술 기업인 화웨이 관계자는 한국 취재진의 반도체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에서 첨단 반도체가 얼마나 민감하고,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게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강경 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더욱 높이 들고 내년 1월 돌아오는 가운데, 화웨이는 그 최전선에 서 있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화웨이를 ‘미국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공식 지정하고, 한국과 일본, 유럽의 동맹들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을 막았다. 화웨이가 미국산 첨단 부품과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했고, 한국의 삼성과 에스케이(SK), 대만 티에스엠씨(TSMC)가 화웨이에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도 막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뚫고 일어난 첨단기술 자립의 상징이 되었다. 11월26일 화웨이가 공개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70은 미국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앱과 완전히 결별하고 자체 운영체제(OS)인 ‘훙멍’(하모니 넥스트)으로 운용된다. 중국 언론은 이를 “순수혈통 운용체제”라고 부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스마트폰에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6㎚(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인 ‘기린 9100’이 탑재됐는 점이다. 화웨이가 지난해 출시한 메이트60 스마트폰에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7㎚ 반도체칩 ‘기린 9000s’를 탑재한데 이어 이번에 6㎚ 칩까지 자체 설계·생산했다면, 미국의 제재를 뚫고 반도체 자립을 실현해가고 있다는 의미다. 화웨이는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지만, 이 첨단 반도체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가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가 계속 첨단 반도체에서 진전을 이루는 데 대해 미국도 당황하고 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마이클 맥콜 위원장은 중신궈지가 제재를 위반해 화웨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지 미국 상무부가 조사해야한다고 요구했고, 미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 약 200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한국 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곧 취임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물었다. 화웨이 관계자들은 “트럼프 취임 이후에 대해 가정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처음 제재를 당했을 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 수년간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화웨이는 한국의 선진 제품을 구매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밖에서 획득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조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에 대한 질문은 대답할 수 없다”면서도 “2019년 미국의 제재 전까지 화웨이는 한국과 반도체 협력을 긴밀하게 했고 삼성과 에스케이로부터 연간 100억달러어치를 구매했다. 그만큼 우리 수요가 크다. 미국 제재 때문에 한국도 제품을 우리하게 판매하지 못해 한국 기업들에게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제재에 맞서 화웨이는 연구·개발(R&D)을 생명선으로 여기고 있다. 화웨이 연구개발센터 책임자는 “전세계 화웨이 직원은 20만7000여명이고 이 가운데 55%가 연구·개발 인력”이라며 “다른 회사들이 연구 인력이 많아도 15~20% 비중인데 우리 화웨이는 55%로 높다. 총수익의 23.4%를 연구개발에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선전에 본부를 두고 있는 화웨이는 전세계 80곳 이상의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취재진이 방문한 상하이 푸둥의 연구개발센터는 현재 상하이 서쪽에 새로 건설된 ‘롄치후 연구개발센터’로 이전 중이다. 200만㎡에 이르는 롄치후 연구개발센터는 화웨이 최대 규모 연구시설이다. 내년 3월까지 이주가 끝나면 약 3만명이 새 연구개발센터에서 근무하게 된다고 화웨이 관계자는 말했다. 롄치후 연구개발센터 주변에는 새 지하철역이 건설되고, 대규모 주택단지와 생활 편의시설들도 들어섰다. 생활 환경이 쾌적한 최첨단 시설에 중국과 외국의 최고 인재를 모아 첨단 반도체 등의 발전 속도를 높여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가 이미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완전히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아직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화웨이도 중국 정부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첨단기술 자립, 특히 첨단 반도체 자립을 달성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화웨이가 연구개발에 이처럼 막대한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건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반도체 굴기를 상징하는 화웨이가 무너지면 첨단기술 자립을 강조해온 시진핑 주석의 명분도 손상되기 때문에 이제 화웨이는 ‘절대 실패할 수 없는 기업’이 되었다”고 중국 출신의 한 학자는 말했다. 많은 중국인들이 ‘미국이 압박해도 굴복하지 않고 기술 자립을 이뤄가고 있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는 애국주의 소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중국 국내에서는 화웨이폰을 쓰고, 국외에 나갈 때는 아이폰을 쓰는 이들도 많다.
상하이타워에 위치한 니오 전기차 전시장. 상하이/외교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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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시내에 설치된 니오의 전기차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상하이/외교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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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중국의 ‘기술 자립’ 시도를 상징한다면, 중국 전기차는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과 가성비를 갖춘 뒤 세계 시장으로 파죽지세로 나아가는 ‘글로벌화’를 상징한다.
11월28일, 128층(632m)으로 중국 최고층 빌딩인 상하이타워 1층의 중국 전기차 기업 니오(蔚来·중국명 웨이라이) 전시관에서 만난 니오 관계자는 “니오는 고성능 스마트 전기자동차 연구·개발뿐 아니라, 글로벌 1위의 ‘사용자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오는 2014년 11월 창립한 뒤 2015년 곧바로 영국, 독일에 자회사를 설립했다. 중국 내 상하이, 허페이, 베이징, 난징, 선전, 항저우, 우한 외에도 독일 뮌헨과 베를린, 영국 옥스퍼드, 헝가리 부다페스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등에 연구개발과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이에스(ES)8’은 독일에서 설계됐다. ‘한국 시장에는 언제 진출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니오 관계자는 “2025년에 25개국가로 해외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한국 진출 계획은 현재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니오는 비야디에 비해 고가의 고급 전기차 시장을 주로 겨냥하고 있고, 특히 배터리 교환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앞장서고 있다. 전기차 충전에 보통 30분~1시간이 걸리지만, 배터리 교환은 3~5분 정도면 가능하다. 니오는 현재까지 중국 전국에 2702곳의 배터리 교환 시설을 만들었고, 배터리 교체 건수는 약 5867만 차례에 달한다고 밝혔다. 니오 전기차는 배터리 교환 외에도 충전시간을 크게 단축한 슈퍼 충전기, 가정용 충전기 등 여러 충전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니오 관계자는 “니오의 동력 배터리팩은 모두 자체 연구해 개발했고, 제작은 니오와 중국 배터리 생산기업이 협력하여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처럼 첨단기술, 특히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전진하고 있지만, 미국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폭탄’ 예고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의 중국산 전기차 고율 관세 부과 등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규제도 강해지고 있다.
취웨이시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 부원장이 25일 한국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외교부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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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5일 베이징에서 만난 취웨이시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 부원장은 “미국이 어떤 정책을 내놓든 중국은 거기에 대응하는 반격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 부국장급인 취웨이시 부원장은 “무역전쟁엔 승자가 없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관세를 인상한다면 일단 손해를 입는 건 미국 국민이다. 특히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를 보면 물가가 올라 중산층과 빈곤층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도 말했다.
취 부원장은, 중국이 국가적으로 첨단기술 발전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민생 경세와 내수는 부진하다는 지적에는 “내수 부진은 중국 정부에서도 정말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올해는 ‘소비 촉진의 해’라는 제목으로 상품과 설비, 장비를 새 것으로 교체할 때 정부가 보조해주는 정책 등을 통해 내수를 진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해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판에 대해 취 부원장은 “미국은 반도체 관련 법안이나 통화 관련 법안을 통해 자국 기업에 주는 보조금 액수가 중국보다 훨씬 높다”면서 “미국이 자기는 하면서 중국은 욕하는 이중잣대를 들이대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취 부위원장은 한중 양국이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 도시, 녹색에너지, 전기차, 환경보호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면서, 공동 연구·개발 등을 통한 연구성과 공유,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일대일로 참가국을 비롯한 제3자 시장을 공동 개척할 것 등을 제안했다. 한한령은 언제 풀리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제가 아는 한 한한령은 없다”면서도 “양국이 발전해온 과정에 양국의 민족적 감정이 있었던 것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는 “양국 정부가 가급적 민간교류를 촉진하고 민족적인 감정과 민족주의에 의한 불협화음은 막을 것이고,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중국인들이 여전히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베이징/박민희 선임기자, 외교부공동취재단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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