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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우주는 얼마나 어두울까…뉴허라이즌스 통해 계산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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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심우주의 어둠은 지구 표면에 도달는 햇빛의 1000억분의 1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본 100억광년 거리의 은하단 IDCS 1426.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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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 우주는 말 그대로 칠흑같은 어둠 속에 있지만 과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주의 새벽 이래로 숱한 별들과 은하가 생성되고 사라지면서 우주에 빛의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빅뱅 후 우주는 그 엄청난 에너지로 인해 고밀도의 뜨거운 플라스마로 가득차 있었다. 마치 안개처럼 우주를 가득 채운 아원자 입자들 사이에서 빛(광자)도 꼼짝없이 갇혀버리고 말았다. 이 어둠의 우주에서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한 때는 빅뱅 38만년 후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해 최초의 원소인 수소 원자가 형성되고나서부터다.



이때 빠져나온 빛은 우주 전체에 골고루 퍼져 뻗어 나가면서 파장이 길어지고 온도도 내려갔다. 138억년이 지난 오늘날 이 빛의 파장은 160GHz의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가 됐고, 온도는 절대온도(영하 273도)에 가까운 2.7k로 내려갔다. 1960년대에 발견된 이 태초의 빛을 우주배경복사(CMB)라고 한다. 우주배경복사로 인해 우리는 우주의 온도가 2.7k라는 걸 알아냈다.



이후 물질들은 서로 뭉쳐 최초의 은하계를 형성하며 빅뱅 수억년 후 우주의 새벽 시대를 열었다. 그때 형성된 먼 우주의 별빛은 약 100억년 전 가장 밝은 시점에 도달했고, 이후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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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주를 날아가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우주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 미 항공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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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허라이즌스호를 선택한 두가지 이유







우주의 새벽 이래 명멸한 별과 은하들이 우주공간에 남긴 빛의 밝기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이 나사(미 항공우주국)의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광활한 우주에 스며들어 있는 희미한 빛의 밝기를 측정해 국제학술지 ‘천문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우주광학배경’(COB=cosmic optical background)으로 불리는 이 빛은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햇빛보다 1000억배 더 희미하다. 연구진은 “이는 우리가 계산할 수 있는 모든 가시광원을 합친 것”이라며 “우주의 새벽 이래 126억년 동안 모든 은하에서 생성된 빛의 세기와 완전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우주의 어둠을 측정하는 데 이용한 것은 나사의 우주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의 관측 데이터다. 연구진은 2023년 여름 뉴허라이즌스호의 장거리정찰영상장치(LORRI)를 이용해 24곳의 하늘 영역을 관찰했다.



연구진이 뉴허라이즌스호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당시 뉴허라이즌스호는 명왕성을 지나 태양에서 85억km(57AU) 이상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지구 주변은 작은 먼지 입자와 암석 파편들로 가득 차 있다. 이들은 햇빛을 반사해 우주광학배경에서 오는 빛을 덮어버린다. 황도면을 따라 분포해 있는 행성간 먼지가 햇빛을 반사해 만드는 고깔 모양의 희미한 황도광이 이런 사례에 속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볼더 콜로라도대의 마이클 슐 교수(천체물리학)는 “별을 보고 싶다면 덴버를 벗어나 저 멀리 콜로라도 북동쪽 시골로 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말했다. 황도광이 없는 우주 공간을 비행하고 있는 뉴허라이즌스호는 천문학자들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줬다.



뉴허라이즌스호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우주선이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 여행을 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우주선 중 유일하게 햇빛을 막아주는 차단막을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주변의 빛에 방해를 받지 않고 심우주의 빛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걸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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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탐사선 뉴허라이즌스호가 우주광학배경(COB)을 측정한 우주의 영역을 보여주는 지도. 출처: Postman et al., 2024, The Astrophysical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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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이후 모든 은하가 우주에 남긴 빛







연구진은 뉴허라이즌스호 관측 데이터에서 우주먼지들이 만드는 헤일로(후광) 효과를 계산해 제거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우주광학배경은 스테라디안(sr)별로 1㎡당 약 11㎻(나노와트)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왔다. 스테라디안(sr)은 입체각을 나타내는 단위다. 1스테라디안은 달 지름의 약 130배에 이르는 하늘 영역을 가리킨다. 완전한 구는 4파이sr, 즉 12.56스테라디안이다.



연구진은 이 값이 빅뱅 이후 생성된 모든 은하에서 내는 빛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논문 제1저자인 마크 포스트먼 박사는 “이는 1마일(1.6km) 떨어진 곳에 있는 오두막의 냉장고 문을 열 때 새어 나오는 빛이 벽에 반사된 것과 같은 정도의 밝기”라며 “이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어두운 하늘보다 100배 더 어둡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06년 지구를 출발해 2015년 명왕성을 근접 통과한 뉴허라이즌스호는 지난 10월1일 지구보다 태양에서 60배 더 멀리 떨어진 90억km 지점을 통과했다. 이는 명왕성보다 두 배 더 먼 거리다.



연구진은 이번 측정은 오랜 기간 우주의 빛에 대한 가장 정확한 추정치가 될 것으로 본다. 뉴허라이즌스호는 이제 빛 측정이 아닌 다른 과학 임무를 수행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논문 정보



DOI 10.3847/1538-4357/ad5ffc



New Synoptic Observations of the Cosmic Optical Background with New Horizons.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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