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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젊어서 술 먹으면 진짜 뼈 삭는다…남성은 '이것'까지 변해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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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해치는 과음 습관





신경세포 사멸 땐 알코올성 치매

간세포 지방 쌓여 재생시간 부족

췌장염 유발, 뼈 혈액순환 악영향

연말연시엔 스마트폰 캘린더가 모임 약속으로 채워진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 건 역시나 술이다. 기분 좋아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테이블 한쪽은 빈 병으로 가득 찬다. 한국 사회는 술에 관대한 편이다.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인간적이고 진솔한 면모를 찾는다. 반면에 건강 행태는 역주행 중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2022년)에 따르면 고위험 음주율은 남성 21.3%·여성 7%, 월간 폭음률은 남성 48.8%·여성 25.9%나 된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에 장시간 과다 노출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 뇌·간·췌장·뼈에 악영향이 간다. 술자리가 잦은 이맘때라도 알코올의 위험성을 한 번쯤 인식하고 이들의 이상 신호를 알아둬 절주·금주의 계기로 삼자.



중앙일보

영향: 뇌 신경세포에 염증 일으키고 사멸·위축 초래 / 특징: 필름 끊김 현상, 충동적·공격적인 성향 생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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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은 단기적으론 기억과 판단을 포함한 사고 과정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고 신경 염증을 초래한다. 그러다 장기간 과다 노출되면 신경세포가 사멸하고 뇌가 위축되는 현상을 부른다. 이땐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구조물이 변형되고 소뇌·뇌간에도 영향을 미쳐 떨림이나 보행 시 비틀거림, 안구 운동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알코올 과다 섭취로 뇌가 반복해서 손상을 입으면 알코올성 치매로 치달을 수 있다.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신경 퇴행성이지만, 알코올성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65세 미만 젊은 치매 환자의 약 10%가 알코올성 치매에 해당한다고 알려진다. 알코올 때문에 나타난 뇌 문제는 위험 신호를 빨리 알아차려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는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현상이 주요 위험 신호”라며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신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블랙아웃 현상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심각한 뇌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니 자주 경험한다면 음주 습관을 반드시 되돌아봐야 한다.

성격 변화도 중요한 신호로 볼 수 있다. 뇌 앞부분에 있는 전두엽은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데 알코올 탓에 손상될 수 있다. 술에 오래 과다 노출된 사람 가운데 충동적·폭력적인 성향을 띠는 것이 이 때문이다. 술만 마셨다 하면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폭력성을 보인다면 알코올성 치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앙일보

영향: 지방간·간염·간경변증의 병적인 변화 유발 / 특징: 발열·복통·황달이나 심하면 복수, 피부 반점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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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은 신체의 살림꾼이다. 몸에 들어온 다양한 물질을 흡수·대사·해독·저장하는 등 역할이 수백 가지다. 알코올은 이런 간을 혹사하는 물질이다. 과도한 음주는 간세포에 지방을 쌓이게 하고 알코올의 대사산물은 간세포를 손상시킨다. 술을 자주 마시면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체내의 영양 부족 상태를 초래해 간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다. 결국 지방간→간염→간경변증의 병적인 변화를 유발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쌓인 상태다. 증상은 거의 없는데 간혹 상복부 불편감이나 피로를 호소한다. 대부분 간 기능 검사나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서 기본적인 진찰과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다행히 초기 지방간 상태에서 술을 끊으면 간은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간염 단계부터다.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한 상태다. 지방간 상태에서 음주를 계속하면 20~30%가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한다. 이땐 무증상부터 발열·복통·황달이나 간 기능 장애까지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약 40%는 알코올성 간경변증으로 진행한다고 알려진다. 간이 딱딱하게 굳고 기능이 많이 소실된 상태다. 심한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으면 복수가 차거나 비장이 커지며 상체에 작은 붉은 반점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영양 결핍 소견을 보이고 체내에 호르몬 변화가 일어 남성임에도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여성형 유방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증 간염, 간경변증이라도 금주하면 질병의 진행을 어느 정도 늦추고 생존율 향상에 도움된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써 완전히 금주하도록 한다.

췌장

중앙일보

영향: 췌장액의 과다 분비로 역류해 췌장 세포 손상 / 특징: 명치·배꼽 주변 상복부 통증이 누웠을 때 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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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과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을 담당한다. 그 주변으론 위나 간, 비장 같은 주요 장기와 혈관이 자리한다. 술은 췌장 세포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하므로 췌장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췌장염은 췌장 분비샘이 파괴되거나 췌장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췌장은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췌장액을 과하게 분비한다. 이때 췌장액이 십이지장으로 다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으로 역류하면서 췌장 세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다.

자주 과음하는 사람이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면 췌장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통증이 시작되고 약 30분 이내에 통증의 강도가 커지고 호전 없이 수시간에서 수일간 이어진다. 구역·구토·발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명치나 배꼽 주변의 상복부 통증으로 시작해 등이나 가슴, 아랫배 쪽으로 뻗어 나간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소화기병센터 전태주 교수는 “췌장은 복막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이기 때문에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구부리면 통증이 완화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급성 췌장염은 금식을 통해 췌장을 쉬게 해주면서 수액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치료가 기본이다. 환자의 80%는 치료받으면 수일 내에 큰 합병증 없이 회복하지만, 20%가량은 중증으로 진행한다. 특히나 급성 췌장염이 반복되면 췌장암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만성 췌장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치료 후엔 반드시 금주한다. 전 교수는 “급성 췌장염은 완치 후에도 음주 때문에 재발하는 사례가 많아 예방을 위해선 금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영향: 혈관 내 지방 축적으로 대퇴골의 혈액순환 방해 / 특징: 사타구니·엉덩이 통증이 일어서거나 걸을 때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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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의 과도한 음주는 뼈의 혈액순환에 악영향을 미친다. 술은 혈관 내에 지방을 쌓이게 하고 이로 인해 허벅지 뼈인 대퇴골두에 혈액이 통하지 않아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보통 고관절 질환은 뼈가 약한 고령자에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인데 음주를 많이 하는 20~30대 젊은 남성에서도 발견된다.

초기엔 별다른 통증이 없다가 괴사 부위 뼈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첫 증상은 주로 사타구니와 엉덩이의 묵직한 통증이다. 이후 질병이 진행하면서 병변 측 엉덩이로 서 있거나 무게를 지탱하기가 어렵고 앉았다 일어설 때, 다리를 벌리거나 꼴 때 통증이 발생한다. 특히 걸을 때 통증이 심해지면 의심할 수 있다. 이땐 X선 검사로 괴사 부위를 확인한다. 변화가 뚜렷하지 않다면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진행해 위치와 크기를 판단할 수 있다.

뼈가 썩는 병으로 이해하고 그대로 두면 주위 뼈까지 썩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하지만 뼈가 국소적으로 죽어 있을 뿐 부패하는 것이 아니고 주변으로 번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받으면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괴사의 크기가 작거나 위치가 나쁘지 않다면 경과를 살핀다. 통증을 완화하고 병의 진행을 늦추려는 목적으로 감압술, 절골술을 고려할 수 있다. 괴사 부위가 크거나 함몰이 진행됐을 땐 대부분 망가진 관절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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