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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소년중앙] 1200℃ 유리에 숨 불어넣자 물고기·새·화병 작품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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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거울·그릇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유리를 재료로 한 예술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유리공예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요. 대표적인 기법으로 유리를 파이프에 말아내어 대롱불기를 한 뒤 형태를 가공하는 블로잉(blowing), 토치로 유리를 가열해 성형하는 램프워킹(lamp working), 고온의 열을 이용해 서로 다른 색·두께의 유리를 접합하는 퓨징(fusing) 등이 있죠. 이들의 공통점은 유리를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 형태를 만든다는 건데요. 고온에서는 끈끈한 젤리 같은 상태지만, 저온에서는 딱딱한 고체로 변하는 유리의 성질을 이용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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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윤(왼쪽)·이준호 학생기자가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유리섬을 찾아 유리공예의 일종인 블로잉을 체험하고, 여러 유리 조형물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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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는 다양한 유리공예 기법으로 만든 작품을 감상하고, 유리공예 작가의 작업 시연 관람은 물론 유리공예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대부도 유리섬이 있어요. 약 4만3000㎡의 드넓은 공간에 유리공예 관련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과 시연장·체험장까지 갖춘 이곳에 이준호·전상윤 학생기자가 찾아갔죠. 유영조 작가와 함께 유리공예 기법의 하나인 블로잉을 알아보기 위해서요. 먼저 전문 작가는 어떻게 작업하는지 그 과정을 보러 시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유 작가가 참치 모양의 유리 조형물을 만드는 시범을 통해 블로잉 과정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알려주기로 했어요.

시연장에 들어서자 재료인 녹인 유리가 담긴 용해로, 작업 과정에서 식은 유리를 재가열하는 장비인 가열로(glory hole), 용해로에서 꺼낸 파이프를 식히는 파이프 냉각기, 블로잉으로 완성된 기물을 서서히 식히는 서냉가마 등이 눈에 들어왔죠. 블로잉 작업을 하기 위해 직접 들고 사용할 도구도 다양합니다. 용해로에서 유리를 말아내고 불 때 사용하는 쇠파이프인 블로우파이프(blow pipe), 성형 종료된 유리 기물을 블로우파이프에서 떼어낼 때 사용하는 쇠막대기인 펀티(punty), 뜨거운 유리를 강하게 조이거나 다듬을 때 사용하는 커다란 집게인 잭(jack), 유리를 잡아당기거나 모양을 세부적으로 성형할 때 사용하는 집게(tweezer), 음각·양각으로 문양이 조각된 철판을 끝부분 안쪽 면에 붙여 유리에 문양을 찍거나 납작하게 누를 때 사용하는 문양 집게(crimps), 뜨거운 유리를 자를 때 사용하는 다이아몬드 가위(diamond shears) 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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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도 유리섬에서는 유리로 만든 다양한 형태의 조형물을 감상할 수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미술관 앞 유리로 만든 정원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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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공예를 할 때 만들고 싶은 형상의 크기만큼 찰흙 덩어리를 자르죠. 그처럼 유리 블로잉의 첫 단계는 만들고 싶은 형상의 크기만큼 블로우파이프로 용해로에 있는 유리를 말아 올려 덩어리로 만드는 겁니다. 블로우파이프는 빨대와 같은 구조라서 한쪽으로 유리를 말아 올리고, 반대쪽으로 공기를 주입할 수 있어요. "현재 용해로 안은 약 1200℃로, 유리가 끈적끈적한 점성을 가진 상태로 녹아있어요. 여기에 블로우파이프를 넣고 돌려 끝부분에 유리를 말아 올릴 겁니다. 유리의 양에 따라 만들 수 있는 물건이나 형상이 달라요. 블로우파이프에 유리를 한 번 말아 올리면 소주잔, 두 번 말아 올리면 컵을 만들 수 있죠. 저는 참치의 몸통을 만들 건데, 그러려면 유리를 세 번 말아 올려야 해요."(유)

이때 유리는 젤리처럼 점성이 있는 상태기 때문에 흘러내릴 수 있어요. 그래서 블로잉을 하려면 유리를 묻힌 파이프를 계속 돌리는 것은 물론,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철제 책상(marver) 위에서 유리를 문지르면서 형태를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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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조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블로잉 기법을 설명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참치 조형물. 블로잉 기법으로 몸통을 만든 뒤 녹은 유리를 붙여 지느러미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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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작가가 용해로에서 유리를 말아 올린 뒤 파이프 냉각기에서 블로잉파이프를 식히고, 철제 책상 표면에 녹인 유리를 문질러 덩어리 형태를 다듬었어요. 그리고 "블로우(blow)"라고 신호를 주자 반대편에서 대기 중이던 조수가 파이프 입구에 입으로 공기를 불어 넣었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유리 덩어리의 상태를 지켜보던 안 작가가 "스탑(stop)"을 외쳤어요. 유리 덩어리에 공기를 주입하는 와중에도 유 작가는 젖은 신문지를 유리 덩어리에 감싸 돌리면서 달걀 모양으로 성형했어요. "블로잉은 한 사람이 블로우파이프 앞에 묻은 유리를 성형할 동안 다른 사람이 블로우파이프 반대쪽에서 입으로 공기를 주입해야 해요. 그래서 두 사람이 한 팀을 이뤄야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죠."

유 작가의 작업을 지켜보던 상윤 학생기자가 "블로잉은 유리가 1200℃ 이상이 된 상태에서 가공하는데 유리가 성형에 적절한 온도가 된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라고 질문했죠. "유리의 색깔로 적절한 온도를 알 수 있어요. 용해로에서 파이프로 유리를 뜨면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처럼 노란빛이 도는 주황색이에요. 그런데 온도가 떨어지면 그런 색깔이 사라지고, 투명해지기 시작하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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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조(오른쪽) 작가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유리를 파이프로 말아내어 대롱불기를 한 뒤 여러 도구를 사용해 형태를 가공하는 블로잉 기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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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1200℃ 정도에서는 말랑말랑해서 성형하기 적당하지만, 온도가 900℃ 이하로 내려가면 딱딱해져서 모양을 잡기가 어려워요. 600℃ 이하로 내려가면 변형이 아예 불가능하죠. 그래서 블로잉 작업은 유리 덩어리의 온도를 적절하게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이를 위해 가열로를 사용합니다. 작업 중에 수시로 내부 온도가 1200℃ 정도인 가열로에 유리를 집어넣어 성형하기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거죠. 유 작가가 달걀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유리 덩어리를 가열로에 넣어 달군 뒤, 다시 꺼내 작업장 바닥 쪽으로 향하게 했어요. 그러자 중력에 의해 유리 덩어리가 늘어나 길쭉한 타원형 모양이 됐죠.

유리 덩어리에서 블로우파이프와 붙어있는 부분은 참치의 꼬리, 그 반대쪽은 참치의 아가미가 될 거예요. 유리 덩어리에 토치로 열을 가한 뒤 집게의 뾰족한 끝부분으로 참치의 아가미와 눈을 표현하면 참치 몸통 만들기 과정이 끝납니다. 펀티를 용해로에 넣어 녹은 유리를 조금 묻혀 아가미 부분에 붙여주고, 참치 몸통 양쪽에 녹은 유리를 조금 묻힌 다음 문양 가위의 넓적한 면으로 집어주면 지느러미가 생기죠. 녹은 유리를 필요한 만큼 자르고 싶을 때는 다이아몬드 가위를 사용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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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유리공예 작품들. 흔히 유리를 거울·창문·식기 제작 등에만 사용한다고 생각하지만, 고온에서는 젤리처럼 점성이 있는 상태가 되고 저온에서는 고체가 되는 유리의 성질을 이용하면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조형물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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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블로우파이프를 조심스럽게 툭툭 쳐서 참치 몸통을 분리하면 꼬리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기죠. 이 부분을 가열로에 넣어 녹이고, 꼬리 모양으로 성형하면 유리 참치 조형물이 완성됩니다. 다만 유리는 재료 특성상 급격하게 온도가 내려갈 경우 균열이 일어나기 때문에, 완성된 조형물은 500℃로 유지되는 서냉가마에 넣어 하루 동안 천천히 식혀야 깨지지 않아요.

유 작가의 참치 조형물 만들기 시범을 본 소중 학생기자단도 유리 블로잉을 해봤습니다. 블로잉 체험은 작가와 함께 컵·화병 등 생활소품을 만들 수 있는데 준호 학생기자는 파란빛이 도는 유리컵, 상윤 학생기자는 초록빛이 도는 화병을 만들기로 했죠.

먼저 준호 학생기자가 유 작가와 함께 유리컵 만들기에 도전했어요. 유리컵을 만들려면 유리를 두 번 떠야 해요. 유 작가가 블로잉파이프에 첫 번째 유리를 떠오자 준호 학생기자가 힘차게 불었죠. 처음 뜬 유리 덩어리는 팽창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세게 불어야 하지만, 두 번째로 떠온 유리 덩어리는 긴 호흡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불면서 형태를 다듬어야 해요. 그리고 컵 모양의 틀에 유리 덩어리를 넣고 다시 한 번 세게 불어주면 컵 모양으로 성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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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잉은 재료인 유리가 성형하기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신경 써야 해 중간중간 가열로에 넣어준다(위 사진). 세부적인 형태를 성형할 때는 가열로 대신 토치를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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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학생기자가 "유리에 색깔을 어떻게 입히는 건가요"라고 궁금해했죠. "용해로에서 떠온 투명 유리를 철제 책상 표면에 비벼서 형태를 정리한 뒤, 그 위에 파란색 유리 알갱이를 묻혀서 가열로에서 녹이면 투명 유리와 잘 섞이면서 파란색이 발색돼요."(유)

유리 덩어리 중 블로우파이프와 붙은 부분이 컵의 입구, 반대편이 컵의 바닥이 될 거예요. 유리 덩어리를 틀에서 떼어내고 블로우파이프가 연결된 부분의 반대편에 펀티를 연결한 뒤, 블로우파이프를 조심스럽게 툭툭 쳐서 분리하면 그 자리에 구멍이 생기죠. 이 상태에서 유리 덩어리를 가열로에 넣어 말랑하게 만든 뒤, 구멍 안에 집게를 넣은 채로 펀티를 계속 돌리면 구멍이 점점 넓어져 컵의 입구가 됩니다. 어느 정도 형태가 잡히면 펀티를 분리하고, 해당 부분을 토치로 녹여 평평하게 만들면 유리컵이 탄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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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왼쪽)·전상윤 학생기자가 대부도 유리섬 미술관을 찾아 유리공예 작가들이 만든 여러 조형물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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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윤 학생기자의 화병도 유리컵과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요. 단, 화병은 유리컵보다 길쭉한 형태기 때문에 가열로에 유리를 넣어서 달군 뒤 작업실 바닥으로 향하게 해서 중력으로 길이를 늘려주는 과정이 필요하죠. 또 화병은 컵보다 입구의 둘레가 좁죠. 잭으로 화병의 목에 해당하는 부분을 집은 상태에서 블로우파이프에 붙은 유리 덩어리를 계속 돌리면 입구가 점점 좁아져서 화병의 형태를 구현할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의 유리 공예 체험은 대부도 유리섬 미술관에서 전문 작가들이 작업한 여러 유리 조형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끝났어요. 저온에서는 단단하지만 고온에서는 점성이 있는 액체가 되는 유리의 성질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있었죠. 유리 블로잉을 직접 체험해서일까요. 형형색색 물고기와 천장에 매달린 새 등 블로잉 기법으로 만든 유리 조형물들이 특히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창문이나 식기류 같은 일상용품의 재료로만 여겼던 유리의 변신이 놀랍지 않나요.

동행취재=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 1)·전상윤(경기도 낙생초 4) 학생기자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대부도로 향하는 길에 있는 푸른 바다를 지나 유리섬에 도착했어요. 유영조 작가님의 유리공예 시연을 관람했는데 커다란 블로우파이프 끝에서 섬세한 형태의 참치가 만들어지는 게 신기했어요. 저도 블로잉 체험을 통해 컵을 만들었는데 유리를 묻힌 블로우파이프를 가열로 속에 넣었다 꺼냈다 반복하면서 모양을 만들었죠. 완성된 작품은 천천히 식혀야 하기 때문에 500℃ 정도 되는 서냉가마에 안에 넣어 두었습니다. 작업장 내 열기가 매우 뜨거웠는데 항상 이렇게 작업하시는 작가님들은 정말 대단하세요. 제가 만든 유리컵이 다 식으면 어떤 모양일까 아주 궁금해요. 미술관도 살펴봤는데 수많은 작품이 모두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어요. 또 정원 바로 옆에는 갯벌이 있어서 게도 보고 바닷바람도 느낄 수 있었어요. 가족과 다시 대부도 유리섬을 방문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 1) 학생기자

우리나라에 유리섬이 있다니! 혹시 유리로 된 섬인가? 궁금증을 안고 취재를 가게 되었습니다. Glass Island라고 적힌 입구를 통과해 들어가니, 드넓은 풀밭에 의자·나팔꽃·홍학·풍선·오리·토끼 등 여러 유리 작품들이 다양하게 있었어요. 시연장에선 유영조 작가님이 유리를 1200℃ 이상의 높은 온도로 용해로에서 녹인 후, 블로우파이프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걸 볼 수 있었죠. 뜨겁게 달궈진 유리를 블로우파이프에 묻혀 철제 책상에 굴리고, 입으로 불고, 색을 입히고 식혀서 저만의 꽃병도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에는 유리 장인들의 아름다운 유리공예로 유명한 무라노 섬이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대부도 유리섬에서 멋진 유리작품을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답니다.

전상윤(경기도 낙생초 4) 학생기자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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