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 입장하며 탄핵 관련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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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을 둘러싸고 감사원과 여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헌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정치적 탄핵"과 "국가 기구에 대한 명백한 입법 테러"라는 주장이 터져나왔고, 전직 감사원장 5명도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런 반발에도 불구하고 탄핵열차의 시동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보고한 뒤 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탄핵사유는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부실감사와 국정감사 자료제출 거부, 전 정권에 대한 표적감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헌법질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새삼 고조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치권이나 감사원 마저 '헌법질서'를 정쟁의 소재로 무분별하게 갖다쓰고 있어 유감이다.
감사원은 독립적인 중앙행정기관으로서 행정부 예산·회계와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제대로 감사하는게 헌법질서를 지키는 길이요,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과 예산, 국정감사와 조사, 해임건의와 탄핵소추 등을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뜻을 국정에 제대로 반영토록 노력하는 게 헌법질서를 지키는 길일 것이다.
그렇다면 감사원이 과연 헌법질서를 부르짖을 만큼 조직에 부여된 역할에 충실했을까?
관저이전 공사 '21그램' 선정경위 못 밝혔나? 안 밝혔나?
용산 대통령 관저. 류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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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탄핵사유로 꼽히는 대통령 관저이전 불법 의혹 감사를 보자. 2022년 10월 청구된 감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7차례나 미뤄진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인데, 거의 2년 만에 내놓은 감사결과는 의혹투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건희 여사와 밀접한 '21그램'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업체에 선정된 경위는 밝히지 못한 채 '누가 추천했는 지 모른다'는 용산의 말만 믿고 감사를 종결했다. 관저 부지 내 70㎡ 짜리 신축 건물은 통째로 감사에서 빠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부실감사 의혹을 키워놓고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국회의 요구는 거부한 게 감사원이다.
최 원장은 국감에서 "21그램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이번 감사에서 키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 관저 이전 당시 언론 보도를 통해 코바나컨텐츠의 행사에 후원한 업체들이 수의계약으로 관저공사를 수주한 사실이 알려진 게 감사청구의 계기였는데 누가 추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니 과연 감사 의지가 있었는지 귀를 의심케한다.
반면 최 원장은 前정권 관련 감사 때는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 왔다고 한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수사요청했다. 윤석열 정부 초반 서해공무원 피살사건 감사와 관련해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은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라며 대통령실에 언론대응 계획을 보고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돼 감사원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
살아있는 권력 감시하는 게 감사원의 '헌법질서'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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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순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권력을 감시하는데 보다 집중하는 게 맞다. 어느 정권이든 마찬가지다. 그게 국가가 혈세를 들여 설치한 본래의 취지에 걸맞다. 임기중인 정부의 예산낭비나 권한남용을 제대로 감시해야 시정조치를 통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마치 회사나 단체에 감사조직이 있는 것은 현재의 경영이나 조직 운영이 빗나가지 않도록 감시.감독하기 위한 것과 같은 이치다.
직무독립성이 있는 감사원장에 대해 탄핵이 추진되는 건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라 감사원으로선 뼈아플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말이 씨가 됐는지 몰라도 이번 사태는 독립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고 표적감사 논란을 야기한 감사원장과 감사원 수뇌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감사원과 여권이 '헌법질서 훼손' 운운하며 들끓는 것과 달리 민심은 동요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만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 원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면 그만이다. 그게 민주주의의 근간을 떠받치는 삼권분립의 원리이자 헌법질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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