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주요 시중은행에서 자취를 감췄던 3%대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하’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가 소폭 하락한 영향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고정금리형 가계대출 금리를 2일부터 최대 0.19%포인트 내린다. 5년 고정금리인 KB 주택담보대출(혼합형) 금리는 11월 마지막 주 4.03~5.43%에서 3.84~5.24%로 떨어졌다. 금리 하단 기준으로 시중은행에 3%대 주담대가 다시 등장했다. 국민은행은 신용대출 금리는 2일부터 0.14%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0.18%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주담대 금리 하락은 은행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 주담대 상품 금리는 지난달 22일 4.14~5.45%에서 29일엔 4.0~5.3%로 내려왔고, 하나은행 주담대도 같은 기간 4.151~5.651%에서 3.962~5.462%로 하향 조정됐다. 하단 금리를 기준으로 각각 0.14%포인트, 0.189%포인트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이 대출 준거금리로 쓰는 금융채(은행채) 금리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조정해 결정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9일 2.965%를 기록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2%대로 떨어진 건 202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1달 전(3.331%)과 비교해 0.336%포인트, 불과 1주일 전(3.183%)보다도 0.218%포인트 하락했다.
10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했을 때까지만 해도 시장금리(은행채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지난달 추가 인하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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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기준’ 금융채 금리 내렸지만…높은 가산금리가 ‘관건’
시중은행 관계자는 “10월만 해도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 만큼 시장 금리에 미리 반영이 됐다”며 “그런데 지난달엔 예고 없이 인하가 이뤄져 이제 반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이 2.9%까지 하락한 6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더욱이 당시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금보다 0.5%포인트 높은 3.5% 안팎이었다.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지난 7월부터 인위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놨기 때문이다. 7월부터 지난달까지 넉 달간 최대 1.55%포인트 가산금리를 인상한 은행도 나타났다.
대출자 입장에서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충분히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여전히 높은 가산금리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가산금리를 낮추긴 쉽지 않다는 게 은행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올해 목표치를 초과해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한 은행엔 내년도 계획 수립 때 페널티를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2월 한 달 남았지만, 상당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경영계획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대로 떨어진 은행채 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재정 확대를 예고한 만큼 물가 상승 우려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금리가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 확장 등 경제정책 여파로 시장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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