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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감액 예산이거나 지각 예산이거나'... 경제 위기 안중에도 없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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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감액한 예산안 예결위 단독 처리한 野
2일 본회의 상정 강행 예고... 정부 반발
상정 연기 시 또 '지각 예산'... 애타는 지자체
"내수 어려운데 재정 운용조차 막는 꼴"
한국일보

박정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가결 후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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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상 초유로 '감액한 내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할 기세를 보이자 재정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회의장 중재로 본회의 상정을 미루더라도 법정 예산안 처리 기한(12월 2일)은 이미 지난 상황이라 올해도 ‘지각 예산’ 오명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예산안 중 지출 4조1,000억 원을 감액한 안을 의결했다. 예비비 2조4,000억 원과 △대통령비서실 △검찰 △감사원 △경찰청 특별활동비 전액 △여당 중점 민생 예산 일부가 삭감됐다. 예산안 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도 할 수 있다. 1일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예비비와 특수활동비 삭감은 잘못된 나라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며 2일 본회의 감액 예산안 상정을 공식화했다.
한국일보

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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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방법은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거나, 국회의장 중재로 합의안이 마련되거나 두 가지다. 모두 재정당국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우선 국회에 심의 확정권이 있는 예산은 대통령 거부권도 행사할 수 없어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감액 예산안이 그대로 편성, 시행된다. 정부·여당은 '감액 예산으로 인한 민생, 치안, 외교 등의 피해 발생 가능성'을 부각한다. 아울러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 이·전용에도 조건이 있기 때문에 편성된 예산에서 최대한 써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추가 예산이 필요하면 그때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요청하라고 하는데, 이는 정부 지출을 미리 계획하는 ‘예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준수한 건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딱 두 번(2014년·2020년)뿐이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23년 12월24일 △2024년 12월 21일 등 지연 정도가 심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중앙정부 예산 심의가 늦어지면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 예산 심의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부금과 보조금 등이 연동돼 있어 도미노처럼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예산 의결이 지연되면 결국 예산 배정뿐 아니라 적기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내년(1.9%)과 내후년(1.8%) 연속으로 2% 성장률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에도 국회가 정쟁에만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예산 처리가 늦어지면 국가가 정책을 제때 집행하는 데 차질이 생기고 ‘식물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며 “내수 부진을 타개할 마지막 수단은 재정 투입인데, 재정 운용도 정쟁에 막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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