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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독일적인, 너무나 독일적인 로텐부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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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중부 독일의 ‘낭만가도’는 뷔르츠부르크부터 퓌센까지 26개의 역사 도시를 연결하는 총 460㎞의 정말 낭만적인 길이다. 중세 성곽과 건물들이 잘 보존된 딩켈스뷜이나 프리드베르크 등 보석 같은 소도시와 노이슈반슈타인성 등 환상적인 고성과 교회들이 널려있는 곳이다. 그 가운데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는 낭만가도를 대표하는 역사 도시로 그림 형제의 동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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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자를 그리며 유려하게 흐르는 타우버강 언덕에 자리 잡아 거대한 포대 자루와 같은 모양의 성곽을 둘렀다. 성벽 위에 지붕을 덮은 순회복도를 줄지어 세웠고, 뾰족 솟은 성문탑들이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경관을 이룬다. 남북로와 동서로의 교차점에는 교회광장과 시청광장이 위치해 도시의 두 중심 공간이 되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시청사와 고딕 양식의 성 야고보교회를 제외한 대부분 건물은 이른바 파흐베르크하우스, 즉 ‘목골(木骨)집’들이다. 선형 목재들을 十자형과 X자형으로 교차 결구해 구조틀을 짜고 그사이 돌이나 벽돌벽을 채운 뒤 급경사 천연 슬레이트 지붕을 씌웠다. 보통 2~3층 수직벽에 2개층의 지붕 속 다락이 있어 4~5층의 높이다. 목골의 구성은 중세기의 단순한 모습부터 바로크 시기의 화려한 장식까지 다양하다.

연속된 목골집들을 파스텔톤으로 채색해 알록달록한 거리의 경관을 이룬다. 엇갈리고 휘어진 마을 길은 작은 석재를 촘촘히 깔아 자동차보다는 마차가 어울리는 중세적 풍경이다. 국가사회주의를 표방한 나치당은 로텐부르크를 ‘독일의 전형적인 고향’으로 지정해 제국 전역에서 방문 여행단을 조직할 정도였다. 1945년 연합군의 공습으로 민가 275채와 성벽 일부가 파손되었다. 미군과 독일군은 마을 내 전투를 금지하는 협상을 통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파손된 부분은 전후에 더 중세적인 모습으로 재건해 여전히 가장 독일적인 마을로 남았다. 인구 1만의 도시에 연간 250만이 방문하며 독일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열린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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