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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포토] ‘옥상이 아닌 공장으로!’…160㎞ 걷는 희망뚜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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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진숙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위원(맨 앞)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비롯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가는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이 29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경북 칠곡군 신동역을 향해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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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를 요구하며 327일째 고공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이하 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소현숙씨를 위해 ‘희망뚜벅이’들이 걷고 있다. 하늘에 올라 오랜 싸움을 했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이를 더는 두고 볼 수만은 없다며 길을 나선 것이다. 지난 22일 부산 호포역을 출발한 이들은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까지 160㎞를 걸을 예정이다.



29일 오전 11시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에 하늘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박정혜 소현숙 옥상이 아닌 공장으로’라고 쓴 이들의 조끼에는 두 노동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밝은 표정으로 나타난 김진숙 지도위원과 박문진 지도위원이 다른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행진에는 금속노조, 대구·경북 지역 노동자, 전교조, 시민들이 함께했다. 김 지도위원은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맞서 부산 영도 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고, 박 지도위원은 2019년 영남대 의료원의 노조탄압에 맞서 227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박 지도위원이 고공농성을 벌일 때 김 지도위원은 그를 응원하기 위해 부산에서 대구까지 110㎞를 걸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그 길을 다시 함께 걷고 있다.



출발에 앞서 “박정혜와 소현숙을 옥상이 아닌 공장으로! 투쟁!”을 외친 참가자들이 힘차게 걷기 시작했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 300일 문화제 때 소현숙씨가 계속 우는 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 뒤에 소현숙씨가 사람들에게 편지를 썼는데 ‘지금까지 눌러왔던 것들이 터져서 그랬던 거 같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뭔지 나는 알잖아요. 겪어보지 않았으면 모를까…"라고 말했다.



이렇게 나선 희망뚜벅이들의 걸음은 한국옵티칼의 투쟁을 알리기 위함도 있지만 행진을 계속 지켜보고 있을 옥상 위 두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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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위원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비롯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가는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이 29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경북 칠곡군 신동역을 향해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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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이 입은 조끼 뒤에 ‘일본 먹튀기업 옵티칼은 고용을 책임져라!’라고 적혀있다. 글귀 위로 옥상에서 손을 흔드는 박정혜·소현숙씨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보인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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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의 모회사인 일본 닛토덴코그룹은 2022년 10월 화재로 구미 공장이 전소하자 법인 청산 및 공장 철거를 결정하고 노동자 210명에게 희망퇴직을 통보했다. 이 중 11명의 노동자가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2023년 1월부터 공장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회사는 생산 물량을 자매 법인인 경기도 평택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겼고 평택공장에 30명의 노동자를 신규 채용했다. 한국옵티칼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회사는 평택공장과 구미공장이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고용승계를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엘시디(LCD) 편광판 외관 검사를 맡아 10년 넘게 일했던 박정혜·소현숙씨는 2023년 1월 8일 새벽, 예고도 없이 공장에 나타난 철거업자들을 보고 무작정 옥상 출하장으로 올라가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쇠사슬을 걸었다. 그렇게 327일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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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위원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비롯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가는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이 29일 오전 대구 서구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해 경북 칠곡군 신동역을 향해 걷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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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팻말을 들 기운이 없는 김진숙 지도위원(왼쪽)과 박문진 지도위원이 부채에 구호를 적어 손팻말처럼 들고 있다. 길을 건널 때는 많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번쩍 들기도 한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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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 경북 칠곡군 신동역에 도착해 이날 행진이 끝났다. 김 지도위원이 “두 사람이 옥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자 박 지도위원은 “그래서 일요일에 많은 사람들이 오셔서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뚜벅이는 30일 토요일 오전 11시 신동역을 출발해 칠곡군 포남보건진료소까지 걷고, 1일 오전 11시 포남보건진료소를 출발해 오후 3시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 공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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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도위원(왼쪽)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 29일 오후 경북 칠곡군 신동역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가는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8일차 행진을 마친 뒤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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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경북 칠곡군 신동역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로 가는 고용승계 희망뚜벅이’ 8일차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이 함께 투쟁을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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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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