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9 (금)

하이브 상장 때 사모펀드서 4000억 따로 챙긴 방시혁, 법적 문제 없다 반박… 금융당국 “들여다 볼 것”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하고 있다. 2024.5.28/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하이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때 최대주주 방시혁 의장이 4000억원의 추가 이익을 따로 챙겼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하이브에 투자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주식 매각 차익의 일부를 방 의장에게 제공한 것이다. 방 의장과 사모펀드들은 이 같은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놓고도 증권신고서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

사모펀드 측은 4000억원을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 등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해진 기한 내 하이브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사모펀드가 방 의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는데, 반대로 하이브가 상장에 성공해 초과수익을 달성한다면 방 의장이 수익의 일부를 취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방 의장은 하이브가 상장하기 전인 2018년 스틱인베스트먼트·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뉴메인에쿼티 등 사모펀드 운용사들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골자는 “투자원금대비 몇배 이상의 이익이 났을 때 그 초과 수익의 일정 부분을 방 의장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일정 부분’은 약 3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0년 10월 하이브가 상장하자 사모펀드들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39억원의 투자 원금을 9611억원으로 불려 회수했으며, 다른 운용사들도 비슷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방 의장은 계약에 따라 4000억원을 개인 명의로 챙겼다고 한다.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방 의장과 사모펀드들은 일종의 ‘기브앤테이크’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주주 간 계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상장은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기에 “향후 상장에 실패한다면 풋옵션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방 의장이 “회사가 그런 부담을 짓도록 할 수는 없다”며 개인적으로 풋옵션을 받아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엔 방탄소년단(BTS)이 아직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이었기 때문에, 사모펀드들은 최소 5~6년 간 지분을 장기 보유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모펀드들이 방 의장에게 투자 수익을 나눠준 건 풋옵션에 따른 반대급부였다. 방 의장이 개인적으로 지분을 되사는 리스크를 떠안기로 한 만큼, 반대로 초과수익이 나면 그 일부를 방 의장에게 제공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상세한 계약 내용은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며, 상장 예비심사 신청이나 증권신고서 제출 때도 법무법인 여러 곳에 자문을 받아 절차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이 같은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그런 식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라며 “사모펀드 입장에선 대주주가 다운사이드(하방)를 막아주는 만큼, 업사이드가 있으면 나에게 나눠달라고 요구할 만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계약 내용을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당국이나 거래소가 주주 끼리의 약정을 미리 알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보통 상장 전 금감원이나 거래소에 미리 알려야 하는 사항은 대주주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다. 가령 대주주 지분을 담보로 건 대규모 대출이 있다든가, 향후 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든가 하는 내용이다. 이번처럼 대주주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한 사항에 대해선 미리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부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면서 “지금 단정적으로 말할 수준은 아니고, (법적으론 아니더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등을 더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