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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방영 예정인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게임’의 시즌2 제작비는 업계 추산 1000억원 상당으로 알려진다. 같은 회사가 제작한 전작의 제작비가 25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증가한 것이다.
최근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디즈니+도 배우 김혜수, 김수현 등의 스타를 내세운 콘텐츠를 2025년 줄줄이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디즈니+ 이름을 알리는 일등 공신 역할을 한 히트작 ‘무빙’의 시즌2 제작도 확정했다고 밝혔다. 무빙이 일반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3~4배에 달하는 7540컷의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하며 65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던 것을 감안한다면 후속작 역시 제작비 규모가 상당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K콘텐츠 시장이 전례 없는 제작비 폭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 현재 웬만한 드라마는 작품당 최소 200억~300억원이 소요되고 있으며 일부 대작의 경우 그 금액이 더 큰 상황이다. 국내 방송사와 OTT 사업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제작비 상당 부분은 배우 출연료로 할애되고 있다. 현재 톱스타들의 드라마 회당 출연료는 2억~3억원을 웃돌고 있으며, 일부 A급 배우의 경우 10억~13억원에 육박한다고 알려진다. 이는 제작비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자본을 가진 글로벌 OTT의 국내 진출과 K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으로 인해 스타 배우들의 가치가 빠르게 치솟고 있는 양상이 맞물린 결과다.
이로 인해 배우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톱스타들의 몸값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반면 신인이나 무명 배우는 기회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단역 배우와 A급 스타 출연료 차이는 2000배에 달하기도 한다.
그래픽=손민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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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작비 부담으로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급감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에 따르면, 2019~2020년 100편 안팎이었던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1년 116편, 2022년 141편으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123편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105편으로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2년 사이 25% 감소,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간 작품 수 감소 추세에도 대작 제작으로 인한 판가 상승으로 방어해 온 대형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마저 3분기 매출이 900억원대에 그치고, 적자 전환한 것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중소 제작사는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작품의 완성도는 톱스타의 출연 만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제작비를 갉아 먹는 배우들의 몸값 정상화와 신인 발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 배우는 최근 주연 배우들의 출연료를 공개하고, 그 합리성에 대해 대중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배우 출연료가 총제작비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참고해 국내에서도 제작비 폭등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설정이 필요하다. 업계 자율규제 기구 설립 등 컨트롤 타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2025년까지 선보일 한국 콘텐츠 5편 중 1편을 신예 작가나 감독의 데뷔작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영향력 있는 플랫폼의 신인 발굴·육성 투자는 지금보다 더 많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K콘텐츠 산업의 공멸을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더는 지체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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