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 중 현재 전기차 분야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GM이다. GM은 올 3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60% 급증한 3만2095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15만2829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 실적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를 합쳐 2만9606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GM의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이 선보인 첫 번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리릭'/한국GM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GM그룹 브랜드가 판매하는 여러 주력 차종에는 전기차 모델이 추가됐다. 쉐보레 브랜드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와 블레이저, 대형 픽업트럭인 실버라도가 전기차로도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고급 브랜드인 캐딜락은 중형 SUV 옵틱과 준대형 SUV인 리릭, 비스틱 등 순수 전기차를 출시했으며, 대형 SUV인 에스컬레이드에 전기차 모델인 에스컬레이드 IQ를 추가했다.
GM의 전기차 실적은 지난 몇 년 간 진행해 온 구조조정에 따른 결과다. 2017년 자회사인 오펠을 프랑스 PSA그룹에 매각하며 유럽 사업을 접었고, 인도와 호주, 남아공 등에서도 잇따라 철수했다. 2018년에는 한국 시장의 군산공장을 매각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GM은 구조조정으로 축적한 자금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차량 전동화(전기로 움직임)와 자율주행차 개발 등에 총 350억달러(약 49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의 경우 현재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과 준대형 SUV인 익스플로러 전기차 모델 등을 판매 중이다. 포드는 지난 2021년 전기차 개발에 총 220억달러(약 3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텔란티스는 GM과 포드보다 한 걸음 늦었지만, 최근 전기차 투자의 성과를 보기 시작했다. 산하 브랜드인 지프는 지난해 순수 전기차인 소형 SUV 어벤저를 출시했다. 여기에 준대형 SUV인 왜고니어의 전기차 모델인 왜고니어S의 개발을 올해 마치고, 내년에는 한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크라이슬러 브랜드는 내년에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
지프가 2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4 LA오토쇼 자사 부스에 순수 전기 SUV 왜고니어S를 전시했다. /김지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사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암초를 만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전기차에 대한 혜택을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이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법안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폐기되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여 미국 업체들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취임일인) 1월 10일에 첫 행정명령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서류에 서명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최근 한국 등과 손잡고 캐나다에 배터리와 전기차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고 있었는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진다.
포스코퓨처엠과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사 얼티엄캠의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 양극재 공장 건설현장. /포스코퓨처엠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GM의 경우 포스코퓨처엠과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해 캐나다 퀘벡에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 온타리오에 배터리 합작 공장을 만들고 지나달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멕시코에 위치한 한국 기업으로부터도 전기차 관련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관세가 부과되면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현대차·기아나 도요타 등에 밀려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지가 오래됐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은 1위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나 내연기관차 판매량이 많은 일부 외국 자동차 기업들에만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