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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사설]벌써 고개 든 북-미 직거래論… ‘韓 패싱’ 걱정만 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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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월경해 북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판문점=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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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추진을 논의하고 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에 우리 정부는 “가정의 영역일 뿐”이라며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고위 소식통은 “우리를 건너뛰고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건 상상하기 힘들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그림”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국을 빼고 북한과 직거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그게 현실화한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번 보도는 사실 충분히 예견됐던 시나리오로서 트럼프 2기 인수팀에서 그런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수준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수없이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재집권하면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일단은 두 사람 간 관계를 복원하겠다는데, 정책 목표도 정확한 시간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중동 우크라이나 같은 시급한 과제에 뒷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도 로이터는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크게 주목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나아가 정부 전망대로 북-미 정상 간 직거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두 사람은 이미 세 차례 만났지만 ‘노 딜’로 끝났다. 당시로선 빈말이라도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전제 조건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한층 고도화된 핵 능력에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강화된 김정은의 입지를 고려하면 트럼프 당선인의 손짓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누구도 막기 어려운 트럼프 당선인의 거래 본능, 그걸 자극하는 김정은의 끊임없는 관심 끌기 행보는 만남의 성사나 협상의 진전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를 내내 괴롭게 만들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최근 ‘미국과 협상에서 갈 데까지 가봤다’며 과거 직거래를 상기시키는가 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대북 협상을 담당했던 ‘북핵통’을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한 것도 새삼 정부의 ‘한국 배제’ 걱정을 키우는 요즘이다.

정부로선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방미를 통해 새 행정부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런 희망적 낙관에만 매달렸다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림’을 먼발치에서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트럼프 2기 예고된 정세 급변에 우리 정부도 전방위로 대비해야 한다. 그간 배제하거나 소홀했던 대북 긴장 완화, 중-러와의 관계 개선 등 우리의 외연을 넓히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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