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 간담회
김 장관은 28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 반도체 근로환경 개선 관련 첫 간담회를 열고 “반도체 특별법으로 반도체 업계가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도록 원안이 통과돼야 하고, 노동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반도체 연구개발처럼 시급한 분야에 대해선 송곳처럼 '원포인트'로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협회 초청 고용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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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은 주 52시간 근로 예외조항을 겨냥하며 “현 반도체 특별법은 적절한 형태”라며 “반도체 연구개발자의 근로시간 선택 확대, 건강 보호, 충분한 보상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면 대한민국 반도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지금도 반도체나 첨단산업에 특별연장근로를 지원하고 있지만, 노사가 합의해야 하고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복잡하고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목소리가 중요하다”며 “현장 말씀을 듣고 업계에서도 무엇이 불편한지 (정부가) 무엇을 해드려야만 되는지 활발하게 의견을 달라”고 했다.
‘한국 반도체 다시 날자’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의(암참) 회장,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CTO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등 17명이 함께했다. 업계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고, 정부는 기업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노사 간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은 “현행 근로시간 제도에 반도체 산업의 다양한 근로 환경 특성과 글로벌 경쟁환경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 내에서도 설계기업, 제조기업, 소부장 기업 등 업무 특성이 상이한 측면이 있어 더 확대된 근로시간 유연성 부여가 시급하다” 등 발언을 쏟아냈다. “난도가 높은 반도체 연구개발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된다”며 “생산 측면에서도 고객사의 발주량 변화 또는 품질 이슈 등에 따라 업무량 변동이 잦은 특성도 있다”고도 했다. 연구를 30분만 더하면 되는 상황에 장비 전원이 꺼져 다음 날 다시 2시간 동안 장비를 세팅하면서 연구가 지연된다는 현장 사례도 언급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28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서 개최한 고용노동부 장관 간담회 현장. 최서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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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여야가 각각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을 심사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반도체 특별법 핵심인 주 52시간 예외 조항에 대해 삭제 의견을 내면서 무산됐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미국 고소득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 면제를 담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의 한국판으로도 불린다. 노사 합의를 전제로 반도체 R&D 인력을 주 52시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골자다.
김 장관도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연구 분야에 한정해 유연성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하고 올바른 방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예외 허용이 노동시장에 불필요한 근로시간 유연화 확산 신호를 줄 수 있고, 장시간 노동에 따른 건강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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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반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양대 노총 등 노동계는 ‘특정 산업·직군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적용에 대한 예외를 허용함으로써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법정화한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해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전날 정부와 국회 측에 의견서를 내고 “반도체 특별법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 휴게·휴일 등 중요 노동조건을 배제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노동자 생명과 안전, 건강권 침해 등 심각한 후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반도체산업을 위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가 무한정 확대 시행 중”이라며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6개월 연속 1주 64시간,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6주 연속 1주 80시간, 재량근로시간제는 1일·1주간 사실상 무한정 노동시간을 늘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 직원들은 이미 주말 특근과 연장 근무를 강요받고 있다”며 “주 52시간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법적 기준”이라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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