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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녹색금융도 중소기업은 ‘찬밥’···쥐꼬리 예산에 친환경기업 오갈 데 없다 [사장님의 기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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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녹색 인증 기업 불스원에서 지난 2일 한 연구원이 볼스원 제품을 사용했을 때와 아닐 때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2024.10.02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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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품 생산업체 불스원은 자사 엔진오일에 대해 2011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의 녹색인증을 받고 있다. 한 제품의 녹색인증 테스트에는 1000만원 넘게 들어간다. 그럼에도 6년마다 갱신을 받는 건 고객들에게 ‘친환경’ 제품임을 각인시켜 엔진오일 시장의 파이를 확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직까진 ‘녹색인증’이 불러온 매출 효과를 크게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

불스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환경에 도움되는 제품을 쓰고 싶을 것 같은데 녹색인증제에 대한 홍보가 덜된 것 같다”며 “이런 제품들의 탄소저감 규모가 작더라도 여럿이 모이면 커질 수 있는 만큼 더 많은 발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녹색인증제도는 녹색기술에 자금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만든 제도였다. 그러나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가 도입되면서 녹색인증제의 위치가 어정쩡해졌다. 2022년 말 확정된 K-택소노미는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 등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을 정하는 원칙과 분류 기준을 담은 것이다. 일부 은행이 녹색인증 취득 기업에 대출금리를 깎아주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금 조달 창구인 녹색금융의 수혜 여부는 택소노미에 따라 결정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녹색인증이 사실상 ‘용도폐기’ 됐다”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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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녹색 인증 기업 불스원에서 지난 2일 녹색인증을 지원 혜택 안내 종이가 놓여 있다. 2024.10.02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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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트 없는 녹색채권, 하고 싶어도 지원은 ‘부족’


녹색인증 외에 친환경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녹색채권 시장이 있다. 녹색채권은 탄소감축 등 친환경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특수 채권이다.

중소기업이 녹색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직접 채권을 발행하거나 금융기관이 발행한 녹색채권을 대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중소기업에는 걸림돌이 많다. 한 중소 철강업체 관계자는 “저희 같은 기업은 채권을 발행한 경험도 별로 없고, 회사에서도 녹색채권을 하지 말자는 입장”이라며 “빌릴 수 있는 금액도 제한적이고 금리도 메리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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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자산유동화사업 구조.환경책임투자종합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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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낮고 공시 체계도 부족해 직접 채권을 발행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영세 업체일수록 환경부의 녹색자산유동화증권(ABS) 지원사업(유동화사업)을 통해 시장에 참여한다. 여러 회사의 회사채를 묶어 기초자산으로 만들고 신용보강을 더해 신용·기술보증기금이 채권담보부증권(P-CBO)으로 발행해주는 것이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은 친환경 사업에 투입되는 시설과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로 쓸 수 있다. 최대 3억원 한도로 발행금리의 4%포인트를 지원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채 금리가 4.5%라면, 지원 사업에 선정된 중소기업은 0.5%의 이자만 내면 된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지원 규모가 적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받은 내년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유동화사업에 130개 기업이 지원했으나 74개 기업만 선정됐다. 또 내년 예산안엔 올해 본예산보다 16.4% 적은 약 114억원이 책정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싶어도 지원 예산이 턱없이 모자란 것이다.

은행도 중소기업 녹색대출에 ‘난색’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은행들도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후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은행은 대출금이 녹색산업 취지에 맞게 쓰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유인식 IBK ESG경영팀장은 “녹색채권으로 1조원을 조달해 1만개의 중소기업 녹색전환 활동을 지원했다고 할 때, 이들에게 모두 데이터를 받아 공시를 해야 하는데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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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채권 발행액 추이.한국환경산업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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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도 위축돼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 붐이 일었던 2021년 국내 녹색채권 발행액은 12조459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엔 7조405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 의지가 약해지고 일반 채권과의 금리 차이도 크지 않은 만큼 녹색채권을 할 동인이 부족한 탓이다. 시장이 위축되니 채권 수요가 줄어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이로 인해 발행 유인도 적어지는 악순환이 형성된 셈이다.

“물고기 잡는 방법 알려줘야”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ESG금융 전문가는 “이차보전(금리를 일부 보전해주는 것)과 유동화 사업 등 보증 지원 확대로 기업이 최대한 혜택을 많이 입도록 해야 한다”며 “예산이 부족한 만큼 기후대응기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중소기업의 녹색활동에 대한 정부 보증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녹색활동 모니터링은 금융기관에서도 어려운 부분인 만큼 정부의 보증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택소노미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기후금융 싱크탱크 BNZ파트너스 임대웅 대표는 “자기가 하는 사업이 택소노미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아는 회사가 드물다”며 “녹색금융이 있어도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소노미에 대한 교육을 통해 녹색활동을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앗! 신발보다 싼 탄소배출권…물 타는 정부, 말라가는 시장[사장님의 기후②]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81405001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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