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의에 기대 두 번 연속 당했다”
일본 정부 대표 추도사 내용 불참 배경
조태열 외교부 장관 “어떤 책임도 지겠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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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사태를 주제로 2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부를 향해 “외교 참사”, “협상 실패”라고 질타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사퇴를 포함해 “어떤 책임도 지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사도광산 ‘반쪽 추도식’과 2015년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사례를 언급하며 “똑같은 식으로 두 번 연거푸 당했다. 일본의 선의에만 기댔기 때문”이라며 “협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하다 보니 연타를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때도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알리기 위한 전시물 설치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도 “아쉬운 건 사실”이라고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일 관계에서 우리가 먼저 물컵의 반을 채웠는데, 일본이 그 물을 홀랑 마셔버렸다”라며 “합의 자체가 부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포장지는 사도광산 추도식인데 내용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기념식이 됐다”라며 정부의 협상 실패를 지적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번 추도식 사태가 예고된 외교 참사이며 부실한 합의 때문이라는 지적을 두고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도식 불참을 결정한 후 대응도 ‘저자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홍석인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추도식 이튿날인 지난 25일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접촉해 유감을 표명했다. 윤 의원은 “일본 측 공사 불러서 한마디 하고 끝내는 건가.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를 소환하든지 해야 한다”라며 “일본의 전향된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서는 이것 이상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추도식에 참석한 일본 정부 대표의 추도사 내용도 지적했다. 이쿠이나 아키코 일본 정무관은 지난 24일 일본에서 개최된 사도광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조선인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곤란한 노동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나타내는 표현이나 사과 및 반성의 내용은 없었다. 그는 특히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 등을 언급하며 조선인 강제동원이 합법이며 정당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일부 일본 측 참석자는 ‘감사’와 ‘기쁨’이라는 표현을 써서 자축하는 자리가 됐다.
조 장관은 추도식 불참 배경에 대해 “(추도식에 참석하면) 합의 정신을 우리 스스로 훼손하고 일본 측 입장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칠승 의원이 이쿠이나 정무관의 인사말 중에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 등 표현이 가장 결정적인 불참 이유가 맞냐고 묻자 조 장관은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도식에 참석했다면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꼴이 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조 장관은 이날 현안보고에서 “우리 주장을 관철하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에 추도식 불참이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 데 대해 외교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어떤 책임이라도 지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장관직에 대한 책임도 포함되느냐’고 재차 묻자 조 장관은 “그건 (대통령이) 판단해서 하시겠죠”라면서도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에 다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앞으로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추도식 등 합의 이행 문제를 계속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 관련 후속 조치에 관한 경과보고서를 내년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는 만큼, 일본의 이행 여부를 지속 점검하고 성실한 이행을 촉구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전날 문화공공외교국 심의관이 유네스코 대사와 함께 유네스코 관계자를 만나 이 문제에 관한 경과를 설명하고, 우리의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다”라며 “앞으로 추가적으로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계속 검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내년에 진정성 있는 추도식을 개최할 수 있는 방안을 묻자 “지금부터 걱정하고 준비해도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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