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경기도 의왕시 도깨비시장 아케이드 지붕이 무너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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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의 낭만을 뒤덮어버린 ‘폭설’로 수도권 남부 지역 곳곳은 폭탄을 맞은 듯했다.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보통 눈의 경우 ㎡당 3㎏ 정도지만, 이번 쏟아진 눈은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이어서 ㎡당 무게가 10㎏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눈의 무게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틀 동안 갑자기 쏟아진 무거운 눈을 치우는 과정에서 용인과 평택, 양평 등에서 모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28일 오전 11시 현재 경기도 내 평균 적설량은 26.0㎝로 측정됐고, 최고 적설량은 47.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보면, 용인 47.5㎝, 광주 43.7㎝ 군포 43.1㎝, 수원 43.0㎝, 안양 40.7㎝ 등이다. 폭설로 동원된 제설차량은 2129대, 기타 장비 7633대였으며, 모두 3만6349명이 투입돼 4만5천t의 제설제를 뿌렸다.
폭탄처럼 쏟아진 눈…곳곳 붕괴 피해
28일 오전 6시38분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에스케이씨(SKC) 공장 내 인테리어필름 보관창고 천장(4900㎡)이 무너졌다. 또 오전 9시56분께 안산시 단원구의 한 금속 가공공장에서는 천막으로 된 가설 건축물도 무너져 제설작업 중이던 50대 ㄱ씨를 덮쳤다. 다행히 ㄱ씨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6시20분께에는 오산시 원동 모텔 주차장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지나던 50대가 머리를 맞아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의왕시 삼동 부곡 도깨비시장에서는 아케이드 지붕 100m 구간이 붕괴했고, 안산시 단원구 보성전통시장 내 천장 샌드위치 패널이 무너졌다. 또한, 28일 낮 12시5분께 안양시 농수산물센터의 지붕이 무너져 1명이 다쳤다. 특히 이날 오전 5시께에는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단독주택 앞에서 제설 작업을 하던 60대가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다. 과천과 시흥 등에선 비닐하우스 지붕이 내려앉아 8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천에서도 붕괴사고가 이어지는 등 223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28일 오전 7시18분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서는 한 건물 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오전 7시10분께에는 인천 중구 항동의 한 공장 건물이 붕괴했고, 전날 밤 11시 31분에는 중구 항동에 설치된 차량 신호등이 떨어져 나갔다.
정전·단수 사고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화성시 봉담읍 내리와 서신면 홍범리,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일에서는 폭설로 전선이 끊어지거나 전신주에 문제가 생겨 정전이 발생했다.
하늘 길도 막히고 지하철은 지연운행
항공편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8일 오전 11시 기준 전체 항공편 1456편 중 139편이 결항했다고 밝혔다. 결항된 항공편은 모두 국제선이다. 지연된 항공편도 76편에 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전날 항공편 1219편 중 151편(국제선 147편, 국내선 4편)이 결항하고 175편이 지연된 바 있다.
중부지방에 내린 많은 눈으로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도착층 전광판에 여객기 결항 및 지연 안내가 다수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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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전국 공항에서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645편의 전체 항공편 중 33편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김포공항에서 12편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제주공항 9편, 김해공항 7편, 대구공항 2편, 청주공항 1편, 울산공항 1편, 원주공항 1편 등이다. 국내선 항공편은 30편이며, 국제선 항공편은 3편이다. 지연된 항공편도 105편(국내 91편, 국제 14편)으로 집계됐다. 한국공항공사는 전날 14개 공항의 전체 항공편 625편 중 107편(김포 38편, 제주 47편, 김해 9편, 광주 4편, 청주 2편, 군산 2편, 원주 2편, 대구 1편, 울산 1편, 여수 1편)이 결항하고, 287편이 지연 운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하철 연착으로 시민 불편도 이어졌다. 수인분당선 전동 열차 차고지와 열차 등에 많은 눈이 쌓여 양방향 열차가 지연 운행됐기 때문이다. 전철역에서는 출근길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7시50분께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에서는 열차를 제때 타지 못한 승객들이 역사 내부에 계속 들어차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압사’ 걱정까지 했다는 김아무개(53)씨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출입구 계단까지 꽉 찼다”며 “여러가지 걱정을 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개찰구를 통제하기도 했다. 이에 성남시는 이날 오전 8시21분께 “수인분당선 역사 내 대설에 따른 열차 지연으로 인해 다수 인파가 몰려 사고 우려가 있으니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지하철 운행 지연으로 역사 주변 광역 버스 정류장도 크게 붐볐다. 광역버스는 ‘입석금지’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교통대란이 계속되자 일부 버스는 입석 승객을 태우기도 했다.
이틀째 수도권 폭설이 이어진 2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수인분당선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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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문 닫았지만…뒤늦은 휴교 조처에 분통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유치원 634곳, 초등학교 337곳, 중학교 107곳, 고등학교 95곳, 특수학교 1곳 등 모두 1174개 학교가 휴업했다고 밝혔다. 전체 4520곳 가운데 26%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도 375곳으로 집계됐다. 휴업한 유치원 가운데 565곳은 긴급 돌봄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인천지역 초∙중∙고교 74곳은 등교 시간을 조정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선 휴교나 등교 시간 조정 문자 발신이 늦어져 일부 학생들이 등교 뒤 귀가하는 등 혼선도 빚어졌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7시30분께 각 교육지원청과 일선 학교에 학교장 재량 하의 휴업 등을 권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은 등교를 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이미 기록적인 폭설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에도 당국이 늑장 대응했다는 비난을 초래했다. 한 학부모는 “어제도 난리가 났는데, 당국은 뭘 하고 있다가 뒤늦게 휴교 조처를 했는지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인천시의 경우, 유치원 2곳, 초등학교 5곳, 중학교 33곳, 고등학교 36곳 등 총 76곳이 등교 시간을 조정했다. 휴원한 유치원도 2곳 있었다.
경기도는 “눈과의 전쟁” 선포도
김동연 경기지사는 28일 “비상한 상황에 더 이례적이고 적극적이며 특별한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도와 31개 시·군은 24시간 비상근무 체계에 들어가는 것은 물론, 유관기관과도 긴밀하게 협조하고 빠르게 대응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록적 폭설을 놓고 ‘눈과의 전쟁’이라고 말한 그는 “재난관리기금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도 신속하게 활용하겠다. 폭설 피해 상황도 면밀히 파악하고, 소상공인·자영업 지원 방안도 동시에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날 31개 시·군과 영상회의를 열어 △비닐하우스 등 취약 거주시설물 거주민에 대한 긴급대피 △공사장 안전사고 예방 △신속하고 선제적인 제설작업 △제설작업 완료 후 경제 활동에 피해를 당한 소상공인 등에 대한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강구 등을 지시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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