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민의힘 내 친(親) 윤석열계 인사들이 한동훈 대표에 대한 당원게시판 의혹 관련 공세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인사들 다수가 연관된 의혹인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을 꺼내 반격에 나섰다.
한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과거에 명태균 씨 같은 정치브로커가 활동할 수 있었던 그런 상황들에 대해서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우리 당에선 명 씨 같은 선거브로커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검찰은 '명태균 의혹'의 핵심인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한 공천심사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집권 여당의 당사를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진 것인데, 한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어 "(명 씨 사건) 그런 것들은 극복해야 될 구태정치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며 "당 차원의 여론조사개선TF에서도 철저히 문제점을 파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제2의 명태균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에서도 (명태균 의혹과 같은) 그런 유사한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김영선 전 의원도 그런 문제 있는 공천에 대해서는 경선 기회도 안 주고 가차 없이 쳐냈다"고도 했다. 한동훈 체제의 당과 그 이전의 당을 '명태균 사태'를 기준으로 양분한 셈이다.
명태균 이슈에 대한 한 대표의 강경 기조는 최근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한 친윤계 공세에 반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앞서 해당 의혹과 관련 "최근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명태균 리스트에 관련돼 있거나 김대남 사건 등 자기 이슈를 덮으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친한 분들끼리 주고받으면서, 언론이 기사화를 안 해주니까 기존에 저를 공격했던 정치인들이 돌림노래하듯 돌아가며 (논란을) 키운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친윤계는 당원게시판 논란을 통한 한 대표 압박을 이어나갔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미준 정기 세미나에서 '건강한 당정관계와 정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을 열고 "당원게기판에 당직자들을 동원하거나 당 지도부의 측근들이 글을 수백번 수천번 올린다면 그건 당심이 왜곡된 것"이라며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해 한 대표를 비판했다.
권 의원은 "이 문제는 간단하다. 누가 했는지를 당 지도부가 파악해 발표하면 깨끗해지는 것"이라며 "최소한 잘못이 있다면 사과하고 억울하면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말해 한 대표의 무대응을 비판했다.
또 그는 당정 화합을 강조하며 "임기 2년 반을 앞둔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건 무모한 짓", "대통령 어쩌고 용산 어쩌고 사모 어쩌고 이렇게 하니까 (지지율이) 이게 점점 더 악화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역시 김건희 리스크 등 민감한 사안에 있어 민심을 강조하며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한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권 의원은 이날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원게시판 논란과 관련 "한 대표나 가족들 명의로 (당게에) 의견이 올라왔는데, 그렇게 될 경우 당심이 왜곡됐다고 본다. 과연 누가 그런 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당에서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며 "만약 계속 이런 식으로 '당내 분란을 조성한다' 이런 이유로 (진상규명을) 거부하게 된다면 한 대표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5일 최고위 석상에서 한 대표와 공개적으로 충돌한 바 있는 친윤계 김민전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각을 세웠다. 특히 김 최고위원은 명태균 의혹의 주요 갈래 중 하나인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 "여론조사가 특히 한국정치에서 참여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보니 (문제다)"라며 "전 세계에서 당 대표를 뽑고 최고위원을 뽑는 데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나라는 없다"라고 말해 한 대표 측에 역공을 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론조사의 지나친 비중이 여론조사를 조작하겠다라는 유혹을 더 키우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 지도부들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여론조사 상에서 압도적 우세를 점했고, 한 대표 측 또한 '당원과 국민 모두에게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취지로 이를 적극 홍보해온 바 있다.
이날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회의에서 "국민의힘 당게에서 '한동훈 대표 사퇴' 같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만약 고발한다고 하면, 저한테 무수하게 많이 사퇴하라는 문자가 왔는데 같이 고발해달라"고 말하자 한 대표가 "발언을 하실 때 사실관계를 좀 확인하고 말씀하시면 좋겠다"고 반발했던 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발언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제가 지난번에 '어느 한 기사에 따르면 대표 사퇴하라는 글에 대해서 (한 대표가) 고발을 하겠다는 기사가 있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기사는 제가 찾아서 최고위원 텔레그램 방에 올렸다"며 "이미 그 기사는 존재하지만, 그 기사에 대한 책임을 제가 질 수는 없다. 그 기자가 잘못 썼는지, 아니면 그 기자의 취재원이 잘못된 얘기를 했는지 그것은 제가 알 수 없다"고 했다.
앞서 한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25일 최고위 회의에서 '한 대표가 당게 대표 사퇴요구글 게시자들을 고발할 예정'이라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김 최고위원이 해당 주장을 내놓자 한 대표가 "그런 고발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반박한 것인데, 당시 김 최고위원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기사가 난 것을 보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해 발언하는 김민전 최고위원(왼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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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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